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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지진예고 실패’ 실형선고에 과학계 ‘개탄’

伊 ‘지진예고 실패’ 실형선고에 과학계 ‘개탄’

입력 2012-10-23 00:00
업데이트 2012-10-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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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법원이 지진 위험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과학자들에 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을 놓고 세계 과학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2009년 초 이탈리아 국립대재난위원회(GRC) 소속 과학자 6명과 정부 관리 1명은 중부 도시 라퀼라에서 소규모 지진이 계속되자 회의를 갖고 거대 지진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며칠 뒤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해 309명이 숨지자 검찰은 이들이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태만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22일(현지시간) 피고인 전원에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 대해 세계 지진학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진학계는 무엇보다 지진이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데도 과학자들이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희생양이 됐다며 분개하고 있다.

라퀼라 지진처럼 대규모 지진에 앞서 소규모 지진이 일어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소규모 지진이 반드시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진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1998년 나온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지진의 2%만이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세스 스타인 지구과학 교수는 “이번 판결은 과학이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반영한 것”이라며 “매우 불공정하고 매우 멍청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오리건주립대의 크리스 골드핑거 지질학 교수도 “과학자들이 지진을 예측할 능력은 거의 0에 가깝다”며 “공공정책의 책임을 과학자에 지우겠다는 생각은 우스꽝스럽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라퀼라 지진에 대한 2010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가장 안전성이 낮은 건물에서도 사람이 숨질 위험성은 10만분의 1에 그쳤으며, 전 주민을 무한정 대피시키는 것보다는 안전성이 낮은 건물들을 개선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성을 더 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는 특히 이번 판결로 연구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에 대해 대중 앞에 의견을 내놓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의 토머스 조던 지구과학 교수는 “이번 판결이 이탈리아 지진 경보 시스템의 개선 시도를 덮어버릴 것”이라며 “많은 과학자들이 입을 다무는 법을 배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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