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라이스 포기… ‘비주류’ 美국무 역사 끝?

오바마, 라이스 포기… ‘비주류’ 美국무 역사 끝?

입력 2012-12-15 00:00
업데이트 2012-12-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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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벵가지 테러’ 발언 트집 반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려던 생각을 접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라이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공화당은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한 라이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무장관 임명에 반대해 왔다.

이에 따라 ‘3연속 여성 국무장관’ 기록과 ‘5연속 비주류(흑인, 여성) 국무장관’ 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인이자 남성인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국무장관 자리는 빌 클린턴 행정부 2기에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여성으로는 처음 국무장관에 임명되면서 ‘비주류’의 시대가 열린다. 이어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 흑인인 콜린 파월, 2기 때는 흑인 여성인 콘돌리자 라이스가 잇따라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도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여성 아니면 유색 인종이 국무장관에 임명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 2기에 흑인여성인 수전 라이스가 최우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것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최근 미 행정부들이 잇따라 비주류 국무장관을 발탁한 것은 여성의 부드러운 이미지나 흑인의 비주류 이미지가 외국의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수전 라이스의 낙마는 개인적 불운에 그치지 않고 비주류 국무장관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수전 라이스가 차기 국무장관으로 임명됐다면 올브라이트,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비주류 국무장관 20년 기록이 달성되는 셈이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지도부가 수전 라이스 불가론을 강력하게 제기한 배경에는 국무장관 자리를 백인 남성으로 찾아오려는 속내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없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벵가지 테러를 문제 삼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비주류 국무장관이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을 불편해했다는 얘기다. 실제 공화당은 그동안 이례적으로 수전 라이스 대신 존 케리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피력했다.

‘케리 국무장관’ 카드가 유력해졌지만, 오바마가 여성 또는 유색인종 가운데 국무장관감을 찾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오바마가 그동안 한국계 미국인을 주한대사에 발탁하는 등 파격 인사를 즐겨 왔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12-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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