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에 스러진 美샌디훅 초교의 천사들

총탄에 스러진 美샌디훅 초교의 천사들

입력 2012-12-17 00:00
업데이트 2012-12-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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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 6~7세 어린이·헌신적 교사들 희생

지난 14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州)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에 희생된 이들 대부분은 채 피어나지도 못한 어린 꽃봉오리였다.

또한, 어린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았던 교사들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6~7세의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 그리고 범인 애덤 랜자(20)의 어머니 낸시 랜자(52)가 숨졌다.

총성이 멎은 자리에는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상실과 슬픔이 남았다.

참사가 벌어졌던 날, 발랄한 붉은 머리의 소녀 샬럿 베이컨(6.여)은 어머니를 조른 끝에 드디어 분홍색 새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승낙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 원피스는 결국 샬럿이 입을 수 있었던 마지막 옷이 됐다.

삼촌 존 헤이건은 언론 인터뷰에서 조카에 대해 “누구와 함께 있든, 그 공간을 환하게 만들곤 했던 아이”라고 회고했다.

숨진 애나 마르케즈-그린(6.여)의 할머니 엘바 마르케즈에 따르면 애나의 가족은 불과 두 달 전 캐나다에서 미국 코네티컷으로 이사했다. 샌디훅의 좋은 평판도 이사를 결정하는 데 한 이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애나가 씩씩한 모습으로 찬송가를 부르는 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에밀리 파커(6.여)의 아버지 로비 파커는 그림 그리기와 카드 만들기를 좋아하고 주위에 늘 웃음을 선사했던 딸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가운데 처음 공개적으로 입을 연 사람 중 하나인 그는 “에밀리의 아버지였던 것은 정말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영리한 사고뭉치였던 노아 폴즈너(6)의 삼촌 알렉시스 할러도 “노아는 멋진 남자이자 훌륭한 아버지로 성장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어머니가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노아는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은 아니에요”라고 답하곤 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에게 최고의 단짝이었던 쌍둥이 여자 형제 아리엘은 다른 학급에 있어 화를 면했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교직원들의 면면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로렌 가브리엘 루소(30.여)는 수년간 기간제 교사와 다른 일자리를 전전하다 지난 가을 드디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정교사의 꿈을 이뤘다.

참사 당일에는 남자친구와 영화 ‘호빗’을 보고 난 뒤 파티에 갈 계획이었다. 파티에 가지고 갈 컵케익도 구워 둔 터였다.

어머니 테레사는 그녀가 일자리를 얻고 너무나 기뻐했었다며 “딸은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테레사는 성명에서 “딸이 끔찍하게 보고 싶지만, 그애가 꿈을 이뤘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며 절절한 모정을 드러냈다.

샌디훅 초등학교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던 돈 혹스프렁(47.여) 교장은 트위터에 학교생활을 담은 사진을 곧잘 올리곤 했다.

이번 주에는 4학년 학생들이 겨울 학예회 리허설을 하는 사진을 공유했고, 지난 10월에는 학교에서 치러진 대피훈련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혹스프렁 교장과 심리상담교사 메리 셜라크(56.여)는 사건 당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숨졌다고 당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이들을 보호하다가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교사 빅토리아 소토(27.여)의 이름도 사건 이후 헌신과 인간애의 표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녀의 친구 안드레아 크로웰은 “그녀는 언제나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고, 아이들 이야기만 하곤 했다”며 “그들에게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고 회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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