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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예수’ 62년만에 명예훈장 받았다

‘한국전쟁의 예수’ 62년만에 명예훈장 받았다

입력 2013-04-12 00:00
업데이트 2013-04-1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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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종군신부 에밀 카폰 대위에 훈장 추서

한국전쟁에 참전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하다가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미국 군종 신부가 62년 만에 미국 최고 훈장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전쟁 때 제1기병사단 제8기병연대 제3대대 소속이었던 종군 사제 에밀 J. 카폰(1916∼1951년) 대위에게 최고 무공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했다.

캔자스주 필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1940년 사제품을 받은 카폰 신부는 한국전쟁이 터진 직후인 1950년 7월 참전했다.

소속 부대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함경남도 원산까지 진격했지만 같은 해 11월 원산에서 중공군에게 포위 공격을 당했다.

철수 명령이 떨어졌고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통나무 등으로 참호를 만들어 부상병을 대피시키고 이들을 돌보려고 남아있다가 포로로 붙잡혔다.

특히 그는 교전 중 중공군 장교가 부상당한 것을 보고 미군에게 투항할 것을 권유하는 등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했다.

또 자기 지프 보닛에 담요를 덮어 제단을 만들고 미사를 집전하거나 고해성사를 받는가 하면 포탄이 빗발치는 와중에서도 주검들 사이에 숨어 죽어가는 병사들을 위한 임종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적군이 부상병을 사살하려 하자 목숨을 걸고 총구를 밀어내고 나서 부상병을 나르기도 했다.

카폰 신부는 평안북도의 벽동 포로수용소에 갇혀 적군의 저장고에서 음식과 약을 훔쳐 포로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던 중 이질과 폐렴 등으로 인해 1951년 5월23일 35세의 젊은 나이에 이국 땅에서 숨졌다.

그는 압록강 인근에 안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폰 신부의 영웅적인 헌신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같은 부대에 있었던 마이크 다우 전 중위는 1954년 한 일간지에 카폰 신부의 행적을 소개했고 이를 정진석 추기경이 신학생 시절 ‘종군신부 카폰’이라는 책으로 번역해 한국에 소개했다.

2001년 6월 캔자스주 필슨의 세인트존 네포무신 성당에 동상이 세워졌다.

이후 여러 참전 용사들이 수십년간 그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죽은 사람에게는 명예훈장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에 따라 번번이 좌절됐다.

명예훈장은 미국 법령에 따르면 서훈 대상 행위가 벌어진지 2년 이내에 대통령에게 건의돼 3년 이내에 수여하게 돼 있다.

캔자스주 출신의 팻 로버츠(공화) 상원의원 등의 요청으로 카폰 신부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됐다.

이날 훈장 추서 기념식에는 조카인 레이 카폰 등 혈육과 동료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교황청은 카폰 신부에게 성인 칭호를 부여할지 검토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장문의 기사로 카폰 신부의 행적을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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