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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교야구팀, 흑인촌 원정경기 거부 논란

미국 고교야구팀, 흑인촌 원정경기 거부 논란

입력 2013-04-30 00:00
업데이트 2013-04-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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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북부의 명문 고등학교 야구팀이 남부 흑인촌 원정 경기를 ‘선수 안전’을 이유로 돌연 취소하고 기권패를 선택, 인종주의·백인우월주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북부 올드타운에 소재한 월터 페이튼 칼리지 프렙고등학교는 지난 27일 저녁 7시부터 남부 그웬돌린 브룩스 칼리지 프렙고등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야구경기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

페이튼 고교 야구팀 감독 윌리엄 위트리더는 “일부 학부모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히 밤시간에 자녀를 (우범지대인) 남부지역으로 보낼 수 없다’고 해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혼자서 브룩스 고교를 방문, 상대 감독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는 흑백 인종별 거주지 분리 현상이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힌다.

도시 북부와 북서교외지역에는 주로 백인이 거주하고 남부에는 흑인이, 서부에는 히스패닉계가 모여 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고급 주택단지가 포함되어 있어도 시카고 남부는 여전히 ‘위험한’ 흑인촌으로 인식돼 있다.

브룩스 고교 감독 허버트 레드먼드는 “페이튼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타나지도 않은 것은 우리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며 “우리 학교가 흑인 밀집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페이튼 학부모들이 자녀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는 말을 전해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페이튼 학부모들에게 인종 편견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우리 학교 시설은 시카고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커지자 페이튼 고교 티머시 드바인 교장이 나서 “경기 무산 원인은 ‘인종주의’가 아니라 교내 야구 프로그램 리더십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시카고 교육청 켈리 퀸 대변인도 “경기가 취소된 실제 이유는 다른데 있다”며 “페이튼 선수들을 브룩스까지 이동시킬 버스가 없어 학부모가 각각 차로 데려가야 했다. 또 졸업반 선수 다수가 그간 대학 방문 및 AP(대학학점 선이수제)시험 준비로 연습에 많이 빠져 출전 자격이 정지된 상태여서 경기에 뛸 선수가 부족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브룩스 고교 코치 브라이언 스트리트는 “페이튼 고교는 같은 날 오후 (시카고 북부에 있는) 본 스튜벤 고교와 경기를 할 때만 해도 충분한 선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남부 ‘세인트 사비나 성당’의 마이클 플레이저 신부는 이와 관련 “페이튼과 브룩스 두 학교 모두 엘리트를 키워내는 곳이다. 페이튼 고교 일부 학부모들의 판단은 매우 부끄러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페이튼 고교 드바인 교장과 브룩스 고교 디앙드레 위버 교장은 경기 무산 원인이 “매우 불운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조만간 경기 일정을 다시 세울 것이다. 두 학교가 곧 경기장에서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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