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보온·방수하려 생겼지만 나중에 나는 역할”

“깃털, 보온·방수하려 생겼지만 나중에 나는 역할”

입력 2013-07-17 00:00
업데이트 2013-07-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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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깃털은 원래 보온이나 방수를 위해 생긴 것이었지만 나중엔 공룡의 후손인 새가 하늘을 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굴절적응’(exaptation)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은 특정 기능을 위해 형질이 적응하는 것과 달리 원래 기능이 없거나 작았던 형질의 부산물이 발달해 보다 큰 쓰임새를 갖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미국 산타페 연구소의 초빙교수인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생명체의 대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 반응을 조사해 형질들이 처음 어떻게 시작되는지 추적한 결과 적응에 비해 굴절적응의 비율이 7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포도당을 유일한 탄소 섭취원으로 삼아 살 수 있는 E.콜라이 박테리아의 대사에서 출발해 하나의 반응을 추가하고 그때마다 다른 하나를 제거해 가능한 모든 대사 과정을 거치는 랜덤워크 방식으로 복잡한 대사 화학작용을 추적했다.

이들은 반응의 총횟수와 E-콜라이 균이 포도당만으로 생존할 능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변화하도록 놓아두고 2천~3천 단계마다 변화한 대사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대사는 설탕과 DNA, 또는 RNA 구성 원소, 또는 단백질 등 자연에 흔하면서도 화학적으로 구별되는 다른 5종의 탄소로도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다른 탄소를 이용한 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포도당을 이용한 생존 가능성에서 자연적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49종의 탄소를 이용해 E-콜라이균의 대사를 검증했다.

검증 결과 매번 굴절적응이 일어나 다른 탄소 공급원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도 살 수 있도록 대사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들 대사 과정에서 전혀 필요하지도 않았던 탄소 공급원을 이용한 생존 가능성이 믿을 수 없을만큼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대사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횟수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사용한 결과 반응 횟수로 결정되는 시스템의 복잡성과 굴절적응의 범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즉 복잡성이 클수록 굴절적응이 많이 일어난 것이다.

이 연구는 우리 눈에 보이는 형질이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도 알고 보면 여러 세대 동안 가만히 잠복해 있던 중성적인 기원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굴절적응이 적응보다 7배나 많이 일어났다”면서 진화 과정에서 굴절적응이 보편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적응과 굴절적응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며 이로 인해 선택적 이점을 자연선택의 1차적 원인으로 생각하는 진화 생물학자들의 사고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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