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우크라이나 정국 요동…야누코비치 대통령 수도 떠나

우크라이나 정국 요동…야누코비치 대통령 수도 떠나

입력 2014-02-22 00:00
업데이트 2014-02-22 22: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의회, 야당소속 새 의장 선출·’티모셴코 석방’ 결의안 채택

우크라이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정국위기 타협안에 합의한 지 하루만인 22일(현지시간)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라다(의회)가 유일 합법 권력 기구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회는 이날 투옥 중인 최대 야권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의 최측근을 새 의회 의장으로 선출하고 곧바로 티모셴코 석방 결의안을 채택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하루 전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예프 시내 대통령 행정실과 교외 대통령 관저 등을 장악한 야권 시위대는 자신들이 키예프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은 하루 전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70여명(공식 집계)이 사망한 사흘간의 유혈 사태 뒤 조기 대선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타협안에 서명했었다.



◇ 야누코비치, 지지 기반인 동부도시로 떠나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고문 안나 게르만은 현재 대통령이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 머물고 있으며 이곳에서 유권자들을 만난 뒤 현지 TV 방송에 출연해 담화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하리코프에서는 이웃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남부 지역 지방 의회 연합 대회가 열리고 있다. 야누코비치는 전날 저녁 키예프를 떠나 하리코프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니안(UNIAN)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지방 의회 대회에 참석하는 것 외에 하리코프의 여성 전용교도소에 수감 중인 티모셴코 전 총리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곳에서 다시 러시아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게르만 고문은 대통령의 하리코프 방문이 망명 준비라는 일부 야권의 주장에 대해 국가를 전복하려는 자들의 선전전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야누코비치는 하루 전 야권과 유혈사태 타개를 위한 타협안에 서명한 뒤 행방이 묘연했으며 일부 서방 외신은 그가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 의회, 새 의장 선출…최대 야권 지도자 티모셴코 석방 결의안 채택

이날 의회는 총회를 열어 여당인 ‘지역당’ 소속의 블라디미르 리박 의장이 하루 전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고 새 의장에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의원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를 선출했다. 출석 326명 의원 가운데 288명이 투르치노프 의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리박 의장은 하루 전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1부의장인 이고리 칼레트니크도 자진 사임했다. 의회는 이날 이들의 사표를 수리했다.

투르치노프는 바티키프쉬나의 부당수로 티모셴코 전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는 주요 야권 인사다.

투르치노프는 의장에 선출된 뒤 “국가 권력의 중심은 여기(의회)에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오늘 ‘2004년 헌법’ 복원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연립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2004년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의회에 대폭 분할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의회는 총회에서 2004년 헌법 복원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다른 야당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도 이날 의회 연설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면서 “현재 의회가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합법적 권력 기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사퇴하고 나면 의회가 조기 대선 날짜를 선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늦어도 5월 25일까지는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클리치코는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 함께 하루 전 대통령과의 정국 위기 타협안에 서명했었다.

하지만 이날 동부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지방 의회 연합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친정부 성향 의원들은 최고 라다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 충돌이 예상된다.

의회는 곧이어 티모셴코 전 총리 석방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루 전 의회는 티모셴코 전 총리의 석방을 가능케 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에 서명하지 않았다.

의회는 대통령의 서명이 없더라도 자체 결의안만으로도 티모셴코 석방 결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티모셴코 전 총리가 이미 교도소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또 다른 야당인 ‘스보보다’(자유당) 소속 의회 부의장 루슬란 코슈린스키는 이날 여당인 ‘지역당’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205명의 지역당 의원 가운데 41명이 탈당했다고 전했다.



◇ 야권 시위대 “키예프 시내 통제, 대통령 행정실도 장악”

한편 키예프 시내에선 야권 시위대가 주요 관청을 장악하고 질서 유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시위대는 이날 시내 그루셰프스키 거리의 대통령 행정실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과격 시위대 지도자 가운데 한명인 오스탑 크리브딕은 “대통령은 이곳에 없으며 행정실 직원도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키예프 외곽의 야누코비치 대통령 관저도 야권의 통제로 들어갔다. 현지 언론은 관저를 시위대 자경단과 대통령 행정실 소속 직원 몇 명이 함께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경비원들은 언론이 자유롭게 관저로 들어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도 관저를 구경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으나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하루 전 하리코프로 출발하기에 앞서 대통령 행정실과 관저의 귀중품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루셰프스키 거리의 정부 청사 주변에서도 시위대 자경단과 경찰이 함께 경비를 서고 있다. 의회 건물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지키고 있으며 자경단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야권 시위대의 본거지인 ‘독립광장’에도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남아 최근 유혈 사태 과정에서 숨진 동료들에 대한 추도식을 거행하고 있다.

과격 야권 세력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키예프를 통제하고 있으며 약탈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안드리 파루비는 “시위대가 수도 키예프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