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부족 겨냥 남수단 학살, ‘르완다 비극’ 되풀이

특정 부족 겨냥 남수단 학살, ‘르완다 비극’ 되풀이

입력 2014-04-23 00:00
업데이트 2014-04-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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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수단 북부 유전지대의 벤티우 주민들은 지난주 반군이 마을을 장악하자 사원이나 병원으로 피신했다.

피신처는 안전할 것이라 믿었지만 이내 무장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주민들의 돈과 휴대전화를 뺏고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다. 수백 명의 희생자 대부분은 남수단 최대 부족 딘카족이었다.

22일(현지시간) 벤티우 거리 곳곳, 사원과 병원 내부에는 시신들이 채 치워지지 못한 채 쌓여 있어 참혹했던 학살 현장을 증명했다. 정확한 희생자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유엔에 따르면 이슬람 사원 한 곳에서만 200명 이상이 학살됐으며 400명 이상이 부상했다.

르완다 대학살로 100만명 넘는 희생자가 나온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이곳 남수단에서 부족 학살은 21세기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살바 키르 대통령이 속한 딘카족과 반군을 이끄는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속한 누에르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 탓이다.

누에르족이 중심이 된 반군은 지난주 정부군과 교전 끝에 벤티우를 재탈환하고 나서 지난 15~16일 사원과 교회, 병원 등으로 피신한 딘카족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주민들을 부족별로 분류한 뒤 학살을 감행했다. 누에르족이 아니더라도 반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가차없이 살해했다.

반군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장악하고 누에르족을 향해 딘카족에 대한 보복 공격에 가담하라고 독려하는 증오의 메시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휘하 무장세력의 소행이 아니라며 학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추가 학살을 우려한 주민들은 벤티우 소재 유엔 기지에 몰려들고 있다. 이달 초 4천500명이었던 기지 내 난민은 현재 2만2천명까지 늘었다. 기지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하면서 난민 한 명에 공급되는 물은 하루 1ℓ에 불과하고 화장실은 350명이 하나를 나눠 써야 하는 실정이다.

유엔 남수단 특별임무단의 토비 렌저 부대표는 “기지 내 공중위생 실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기지마저도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달 보르 소재 유엔 기지에서는 무장세력이 민간인을 상대로 총격을 가해 6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남수단에서는 지난해 12월 키르 대통령의 정부군과 마차르 전 부통령의 반군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수천 명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100만 이상의 주민이 내전을 피해 집을 떠났다.

지난 1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수단 정부군-반군 간 휴전협정이 타결됐으나 북부 유전지대를 중심으로 산발적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이 대규모로 피신하면서 경작물이 방치돼 남수단은 앞으로 몇 달간 심각한 기근까지 이중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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