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경제학자, 잇따라 분석…”부자세 필요한 이유””美 슈퍼 부자에 제대로 과세하면 뉴욕 공립학생 100년 공짜 점심 가능”
드러나지 않는 ‘슈퍼 부자’를 찾아내 제대로 과세하는 것이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이런 결론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버뮬렌 이코노미스트와 런던정경대(LSE)의 가브리엘 주크먼 교수 연구와 세계은행이 1988∼2008년의 소득 격차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의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를 쓴 조지프 슈티글리츠는 7일 “상위 1%의 슈퍼 부자가 자기 부(富)를 축소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 시스템이 더 왜곡되고 불공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크먼은 “세금 천국에 숨는 슈퍼 부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경제 불균형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이들의 소득과 자산을 제대로 파악하면 세제 개혁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소재 비정부기구(NGO)인 ‘센터 포 이퀴터블 그로우스’ 관계자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간 제대로 된 불균형 해소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크먼에 의하면 순자산이 최소 2천만 달러가 넘는 미국의 0.1% 상위 부자는 2012년 기준으로 미국 부의 23.5%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그의 이전 분석 수치인 21.5%보다 늘어난 것이다.
주크먼은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을 써 화제를 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톰 피케티 및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임마누엘 사에즈 교수와 슈퍼 리치의 정확한 과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버뮬렌이 지난달 낸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상위 1% 부자는 2010년 기준으로 미국 부의 35∼37%를 소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같은 시점 집계인 34%를 초과한 것이다.
유럽 슈퍼 부자의 ‘재산 은폐’는 미국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크먼에 의하면 미국 슈퍼 부자는 자산의 4%를 국외에 둔 반해 유럽은 그 비율이 약 10%로 훨씬 높았다.
그는 “슈퍼 부자 자산이 재단과 지주회사 등에 분산돼 있는 것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분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슈퍼 부자의 자산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오스트리아 상위 1% 부자는 포브스 자료를 토대로 할 때 지난해 이 나라 전체 부의 36%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다른 자료를 통한 분석으로는 이보다 13%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크먼 분석에 의하면 미국 부자의 자산 국외 도피로 말미암은 한해 미 연방 정부 세수 손실이 36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돈은 뉴욕시 모든 공립학교 학생의 점심을 100년 이상 공짜로 줄 수 있는 규모라고 주크먼은 강조했다.
유럽 당국의 이런 세수 손실은 미국보다 훨씬 많은 750억 달러로 추산됐다.
주크먼은 “소득 불균형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면서 “일각에서 ‘부자 세’를 신설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슈퍼 부자가 부를 감춘다는 비판에 동조하는 부자도 적지 않다.
상위 1% 미국 부자의 일원인 제프리 홀렌더(60)는 “돈이 많을수록 감추고 세금을 덜 내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세탁 및 개인생활용품 판매회사인 세븐스 제너레이션 창업자인 그는 보스턴 소재 NGO ‘책임 있는 부자’의 일원으로 경제 불공평성 해소 노력에 동참해왔다.
이 조직의 또 다른 회원인 제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도 “부자 거리인 맨해튼 센트럴 파크 5번가를 오가며 다른 많은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사는 것이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