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볼라에 쏠린 미국의 시선…”곧 진정되겠죠?”

<르포> 에볼라에 쏠린 미국의 시선…”곧 진정되겠죠?”

입력 2014-10-04 00:00
업데이트 2014-10-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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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낙관 공존…텍사스건강병원, 직원에 함구령

3일(현지시간)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라이베리아 출신 40대 중년 남성 토머스 에릭 던컨의 아파트.

미국 텍사스주 북부의 중심 도시 댈러스의 북동쪽에 있는 아이비(Ivy) 아파트 주변에는 미국 취재진이 오전부터 장사진을 쳤다.

이곳은 지난달 20일 미국에 입국한 던컨이 9월 28일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8일간 머무른 에볼라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심한 구토와 고열 증세를 보인 던컨은 이 집에 머물다가 응급차에 실려 집에서 0.6㎞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틀 후 던컨을 자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환자로 확진했다.

아파트 6동 2층에 있는 던컨 집의 커튼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열릴 줄 몰랐다. 그곳에 던컨과 공동 거주하던 4명은 ‘가택연금’ 상태로 갇혀 있었다.

텍사스주 보건부는 던컨과의 직접 접촉으로 감염 가능성이 매우 큰 동거인 4명에게 전날 집에서 떠나지 말도록 명령했다. 경찰은 이 집을 방문하는 사람을 차단하기 위해 아파트 앞뒷문을 막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확진 판정 후 나흘이 지난 던컨의 집은 ‘봉인’된 상태였다. 에볼라 환자가 쓰던 침대 시트와 더러운 수건이 그대로 방치됐다는 소식이 전날 전해지자 가뜩이나 심란한 댈러스 주민들은 에볼라 확산 통제 당국의 대처 능력에 또 한 번 의구심을 나타냈다.

텍사스주 보건당국은 주민들에게 늑장 대처와 원활하지 못한 소통에 대해 사과한 뒤 이날 던컨의 집 대청소에 나섰다.

오전 11시 10분께 댈러스 소방서 차량을 필두로 청소 차량 4대가 비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아파트에 들어서 던컨의 집을 중심으로 ‘ㄷ’자형으로 담을 쌓았다.

세 시간 이상 현장에서 대책 회의를 마친 뒤 청소반은 방독면과 노란색 감염 보호복,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침내 던컨의 집 문을 두드렸다.

CDC 직원과 청소회사 직원들은 던컨 집에 있던 가재도구를 하나씩 바깥으로 꺼내 폐기물 트럭에 실었다. 갇혀 있던 던컨의 여자 친구와 그의 13세 딸, 20대 조카 2명도 함께 나와 격리 치료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청소하는 동안 헬리콥터가 아파트 위에서 내내 맴돌며 상황을 통제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던컨의 집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으려고 취재진과 자리 경쟁을 벌인 50대 중반 여성 주민 바버라 에드먼즈는 “댈러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곧 진정되겠죠”라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던컨과 접촉한 학생 5명이 다니는 학교 4곳 중 하나인 샘 태스비 중학교는 던컨의 집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수업 시간이라 학생을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교내에 상주 중인 경찰의 존재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듯했다.

이 학교를 비롯해 호츠키스 초등학교, 댄 D. 로저스 초등학교, 컨래드 고등학교 등 4개 학교 학부모는 던컨과 접촉한 학생 때문에 자식들이 감염되지 않았을까 크게 걱정한다.

댈러스 교육청에 따르면 4개 학교 등교율은 지난주보다 10%나 감소했다. 교육청은 던컨과 만난 학생들이 특별한 에볼라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말아 달라고 지시했다.

던컨이 격리 치료 중인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직원들은 입은 있되 말은 못한다며 하나같이 인터뷰를 거절했다.

’함구령’이 떨어졌느냐는 물음에 한 직원은 자신의 손을 목에 대는 제스처로 답을 대신했다. ‘말을 했다가는 내 목이 달아난다’는 의미다.

이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하고 3개월 만에 퇴원하는 미시간주 출신 70대 백인 여성은 “여기 사는 내 딸은 마스크를 하고 있긴 하나 나는 에볼라 전염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의료 당국의 대처 능력을 신뢰했다.

의료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에볼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대다수 보도와 달리 한 30대 백인 여성은 “당국이 에볼라 통제를 잘하는 것 같아 걱정 없다”면서 “보건 당국이 던컨의 아파트를 청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것도 어찌 보면 나은 선택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던컨과 접촉한 사람의 수는 애초 12∼18명에서 2일 80∼100명으로 대폭 늘었다가 이날 다시 50명으로 줄었다.

특히 의료 당국은 감염 고위험군을 던컨의 동거인 4명과 의료진 등 10명으로 한정하고 국민의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에볼라는 감염자의 체액 또는 피부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된다는 의료 당국의 설명 덕분인지, 미국의 선진 의료 체계라면 에볼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인지 알 수 없으나 에볼라 확산 공포 속에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댈러스 주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워싱턴DC 대학병원에서 나이지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이 에볼라 유사 증상을 보여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에볼라 확산 우려가 일고 있다. 미국의 의료 방역 체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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