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가톨릭 주교들, ‘동성애 포용’ 보고서에 반발

보수적 가톨릭 주교들, ‘동성애 포용’ 보고서에 반발

입력 2014-10-15 00:00
업데이트 2014-10-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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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가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한다는 입장을 담은 문서를 발표한 데 대해 일부 주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주일간 비공개로 열리는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가 일정 중반에 발표한 예비보고서는 동성애자들도 교회에 나올 은사를 받았으며 이들의 결합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소중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는 교회가 이혼한 사람들을 환대해야 하며 세속적 결혼은 가톨릭 신자들의 동거가 지니는 긍정적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동성애가 “본질적으로 비정상”이며 동거부부들은 죄악의 삶을 살고 있다고 규정한 전통교리 문서들의 언명이 빠져있는 대신에 포용과 환대라는 용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몇 유명 전통주의 주교들은 보고서가 공개되자 즉각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교 시노드에 참석하고 있는 스타니스와브 가데키 폴란드 추기경은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윌프리드 폭스 내피어 추기경과 레이먼드 버크 미국 추기경도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내피어 추기경은 문제의 보고서가 주교 시노드의 전체 의견을 반영한 것이 아니며 최종보고서는 특정 분파가 아닌 시노드 전체의 비전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 최고법원 원장인 버크 추기경은 바티칸 공보부가 예비보고서의 논조에 반대하는 “주교들의 고정적인 숫자”를 반영치 않은 “왜곡된 정보”를 풀었다고 비난했다.

바티칸은 주교 시노드 진행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브리핑해오면서 동성애 문제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예비보고서는 이 부분을 크게 부각한 것이었다.

주교 시노드 주최 측은 일부 주교들의 반발이 거세자 보고서는 향후 수정될 단순한 실무자료이며 언론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의 집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이번 시노드의 특별서기로 임명된 몬시뇰 브루노 포르테. 그간 저술활동을 통해 ‘비정상적’ 결합에 관용적 경향을 내비친 이탈리아 신학자다.

바티칸은 예비보고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음을 시인하면서 최종보고서의 핵심을 둘러싸고 이념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상황임을 시사했다.

예비보고서가 공개된 이후에 나온 바티칸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주교들이 일단 보고서를 긍정평가하고 있으나 일부에서 최종버전의 균형을 잡기 위해 상당한 수정이 필요함을 건의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일부 주교들은 최종보고서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불완전한 가족상황에 대한 거의 배타적인 관점”은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동성애와 동거에 대해서도 “교회에서 이런 경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예비보고서에 ‘죄’라는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도 거론했고 최종문서에서는 “성화의 점진성”에 대한 더 나은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개진했다.

점진성에 대한 강조는 가톨릭 신자들이 뜨거운 관심사인 피임과 관련해 교회법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지를 놓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주교들은 교회의 혼인무효 결정을 받지 않고 이혼 후 재혼한 가톨릭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기존 교리를 수정할 여지는 없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교회의 전통교리는 혼인무효 선언이 없다면 이들 가톨릭 신자는 죄를 짓고 사는 것이며 따라서 성체를 영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문제에 대해 관용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회개의 길을 걷는다면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안별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은 풀 수 없다는 예수의 말씀을 피해나가서는 안된다는 게 전통주의자들의 목소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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