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트레킹 생존자 “화창했으나 갑자기 눈보라 닥쳐”

네팔 트레킹 생존자 “화창했으나 갑자기 눈보라 닥쳐”

입력 2014-10-18 00:00
업데이트 2014-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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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정부 안전관리 소홀 …총리 “조기 경보 전파 체계 마련”

“갑자기 강풍이 몰아쳐 잠시 멈춰야 할지 되돌아가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경험상 고지대에서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계속 아래로 걸었다.”

네팔 안나푸르나봉 쏘롱라 길목에 눈보라가 몰아친 14일 이탈리아 트레킹 팀을 안내해 이곳을 지난 네팔 가이드 마단 쿠마르 타파는 17일 DPA 통신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타파는 “마낭에서 쏘롱라를 향해 출발할 때는 매우 화창했다”며 “우리 앞뒤로 많은 이들이 트레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쏘롱라 고개를 지나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곧 눈보라가 닥쳤고 깜깜해졌다”며 “앞에 짐을 실은 당나귀들이 보여 따라갔지만 놓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몇 시간을 눈보라와 싸운 끝에 가까스로 묵티나트 마을에 도착한 타파 일행은 이후에야 많은 이들이 쏘롱라 길목에서 숨졌음을 알게 됐다.

같은 날 트레킹 코스에 있는 찻집에서 눈보라를 피하다 당국에 구조된 이스라엘 대학생 야콥 메그렐리 역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시작됐다”며 “살아남았다는 것을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의 군 병원으로 이송된 메그렐리는 동상으로 손가락의 감각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생존자 리노르 카잔은 일행과 떨어져 눈에 파묻힌 자신을 네팔인 가이드가 발견해 끌다시피 찻집으로 데려다 줬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29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실종자가 난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 사고는 주초 인도 동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후드후드’의 영향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히말라야에 폭설이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일 기상 상황 전파 등을 비롯해 네팔 당국의 안전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네팔 트레킹 에이전시 연합회의 케샤브 판데이는 “정부가 산으로 돈을 벌기 원한다면 더 나은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트레킹 지도자 두티만 라이는 “쏘롱라 길목을 지나는 트레킹 코스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코스와는 달리 길이 좁고 능선을 따라가기에 위험할 수 있다”며 “안내판도 부족해 초심자들은 길을 헷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 코스임에도 간단한 음식을 먹을 찻집만 있을 뿐 충분한 쉼터가 없다”도 지적했다.

네팔 정부는 트레킹에 나선 이들에게 날씨 경보를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실 코이랄라 네팔 총리는 16일 성명에서 “이번 사고는 세계 전역의 날씨 정보가 매 순간 알려지는 시절에 벌어진 끔찍한 비극”이라며 “정부가 히말라야 지역을 포함에 전국 주요지점에서 날씨 경보를 조기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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