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위안화 절하, 수출진작이 주된 목적”

전문가들 “중국 위안화 절하, 수출진작이 주된 목적”

입력 2015-08-11 16:51
업데이트 2015-08-11 16: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11일 전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전장 대비 사상 최대폭(1.9%)으로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 다수는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환율의 변동성을 점검해보면서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케 통화 편입을 위한 사전작업, 무역수지 개선 등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대응 수위에 따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젠친(建勤) 그룹 애널리스트 황자쥔(黃嘉俊)

중국의 수출의 지지가 최대 목표이고 위안화 국제화는 2차 목표라고 본다.

위안화의 평가 절하의 최대 목적은 수출의 뒷받침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나온 7월의 경제 데이터는 한결같이 좋지 못해, 12일 발표 예정인 주요 경제지표도 침체될 가능이 높다고 본 것이다.

제조업의 체감 경기 악화와 증시 급락, 부동산 시황의 장기 침체 등이 더해져 중국의 내수는 신통치 않다. 경기 대책을 위해 해외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인민은행이 IMF의 SDR 바스켓 통화 채택이나 위안화 국제화의 진행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목적이다. 우선 당장 국내 경기를 지탱하는 것이 필요하고 위안화 국제화는 2차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경희대 전병서 교수

위안화 SDR 편입과 자본개방 준비 등 두 가지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하는 IMF의 SDR 바스켓 통화 편입과 연내 목표로 추진중인 자본시장 개방 준비를 위한 것이다.

중국이 2005년 7월 위안화의 관리형 변동환율제를 채택, 상하 2%씩 변동이 가능하지만 IMF는 여전히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관리, 통제 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11월로 예정된 IMF의 SDR 통화 지정 및 내년 8월의 편입 결정을 앞두고 중국이 최대 범위(1.9%)내에서 변동폭을 최대한 확대해 시장에서 점검을 해보면서 시장 수급에 맞게 적응해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연말까지 자본 항목(capital account) 개방을 앞두고 환율 변동폭을 확대해보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역수지 개선용’ 주장도 있는데 중국의 수출 감소는 환율 문제가 아닌 미국, 유럽시장의 둔화 때문이라는 점에서 동의하지 않는다. 저가 시장은 중국이 대부분 장악해 환율 문제가 수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위안화 절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저가재, 소비재로 우리와 부딛치는 게 많지 않은 만큼 한국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이다. 오히려 중국이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늘어나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이퉁궈지(海通國際) 수석 부사장 안젤라 원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7월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액은 5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아 수출의 기세가 누그러진 모습이 명확해졌다.

인민은행이 이런 시점에서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일본이나 한국처럼 수출 기업의 거래 조건을 개선하고 중국의 경기 확대를 뒷받침하는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민은행은 주가 부양책의 일환으로 금융 완화 정책을 취해왔지만, 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예대 마진은 축소되고 있다.

금융 부문은 예대 마진의 축소와 부실 채권 문제로 고전했지만 위안화 평가 절하로 수출 기업이 부활하게 되면 은행의 부실 채권 문제를 처리하기가 쉬워진다.

위안화 평가 절하가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지증권 (KGI) 이사 겸 리서치 부문 책임자 벤퀸

중국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단행한 것으로 중국 증시 전체로는 호재다. 특히 자동차나 인프라주의 혜택이 클 것이다.

수출을 다루는 자동차와 가전, 철도를 포함한 인프라 주식에는 매수 재료가 된다.

반대로 항공과 운수주에는 연료 수입 비용의 증가로 지출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 모두 당장의 대폭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이 증시에서 여러 차례의 급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신중하다. 홍콩 증시에는 미국 금리 인상 관측이 부담이 된다.

◇대신경제연구소 홍석찬 연구원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중국과 한국은 수출품목이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다 품질의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 결국 가격적인 측면이 부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출기업 채산성을 생각하면 위안화 약세는 한국에도 원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밖에 없다.

글로벌 환율 전쟁과도 관련이 있는데,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인위적으로 통화를 절하시키면 주변국은 따라서 통화 약세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의 환율을 보면 어느 나라가 먼저 환율을 조정했는지는 상관없이 양국 통화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무라타 마사시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슨 환율 전략가

중국 인민은행이 현시점에서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단행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의 조금은 뜻밖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 대응은 중국 경제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과 무역 관계가 깊은 대양주와 신흥국의 수출 기업은 중국 수출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대중국 무역의 감소 우려와 환율 하락이 초래되기 쉽다.

인민은행의 위안화 기준 변경은 한 번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새로운 평가 절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는 의심의 분위기가 남아있다. 호주 달러와 브라질 레알 등은 당분간 하락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엔화나 유로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 다만 신흥국 및 오세아니아 통화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엔과 유로 환율은 현재 미국 경제와 미국 통화 정책의 장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이대로 침체해 미국 경기에 타격을 가져오게 된다면 달러 약세· 엔과 유로 강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호소이 슈지 다이와증권 수석 전략가

위안화 약세로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중국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해져 주식 매도가 늘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과잉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영향은 작다고 본다.

실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환매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선물 거래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민중인 것 같다. 선물이 주도하는 형태로 주가가 조금씩 내려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 부양과 외환 유출 문제, (9월설이 유력시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선제 대응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염두에 둔 ‘복합 처방’으로 보인다. 7월의 수출입 감소폭이 전월 대비 더 커졌고 경상수지도 줄었다. 한국은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위안화 절하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수입 물량도 많은 만큼 전체 교역을 놓고 볼 때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나면 우리도 덩달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환율전쟁’과의 연결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환율전쟁을 하려면 통화 및 경제 상황 등을 살피지 않고 가치를 특정 목적에 맞춰 변동시켜야 하는데 이번 절하 조치는 누가 봐도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

◇ 서상영 KR투자연구소 이사

이번 평가절하는 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의 지연 원인으로 꼽힌 위안화 폐쇄성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중국과 수출 경쟁을 하던 한국 기업은 부담을 느끼겠지만 중국에 중간재 등 수출을 하는 기업으로서는 앞으로 중국의 경기회복과 맞물려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환율 결정 과정을 시장 지향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며 환율 유연성도 더 강화할 것이다.

인민은행 대변인 발언을 보면 환율 결정 과정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