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美 9월 금리인상 가능성’…한국·신흥국 충격 우려

‘美 9월 금리인상 가능성’…한국·신흥국 충격 우려

입력 2015-09-01 10:04
업데이트 2015-09-01 10:3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됨에 따라 한국과 신흥국에 충격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2008년 12월 지금의 초저금리(0~0.25%)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미국이 7년 만에 처음으로 긴축에 나서는 것이 된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최근 불거진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쳐지면 그 폭발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에서는 지난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갑작스럽게 ‘자산매입 축소’를 시사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빠지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테이퍼 탠트럼)’이 나타난 바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충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 신흥국 투자금 유출 가속화…캐리트레이드 청산

미국의 금리 인상은 그동안 미국이 저금리를 통해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어서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가격이 오른 위험자산이 부담을 받게 된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여기에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데, 이는 지난 수년 동안 수조달러를 빌린 신흥국의 정부와 금융기관, 심지어 가계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

신흥국은 대체로 미국보다 금리가 높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가 좁혀져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신흥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2013년 5월 연 2.5%였던 기준금리가 올해 9월 현재 1.5%까지 낮춘 상태여서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유출 압박을 막기엔 더 버거운 처지가 됐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강세에 따라 미국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될 것이다. 대신 이머징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중국의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에 대응하려고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성장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 낫다고 평가했다.

LIG투자증권의 김유겸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신흥국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할 수준이 아니라면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리트레이드는 조달 비용이 낮은 곳에서 투자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으로 통상 저금리인 달러화나 유로화를 가져다 고수익이 예상되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 전망에 신흥국 통화가치도 이미 급격하게 떨어져 신흥국 투자 위험은 더 커졌다.

◇ 예고된 충격이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관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돼 왔다는 점에서 지난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연준이 이전의 긴축 때보다 더 점진적인 속도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 충격을 감당할 정도로 탄탄한지 때때로 확인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과거 30년 동안 미국의 6차례 긴축 사이클 때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체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994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재직 당시 금리 인상은 예고됐으나, 그 시기나 이후 긴축의 규모가 예상을 벗어나면서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미쳤다.

1994년 2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후 미국 기준금리는 6차례 더 올라 불과 1년 만에 6.0%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3%포인트 오른 상승폭도 문제였지만 한 차례 최대 0.75%포인트까지 상승한 인상 속도도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채권가격 폭락 사태와 함께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의 주식도 폭락했다. 멕시코는 결국 외환위기에 빠져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김유겸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때 신흥국 부도가 나타났다면서 갑자기 자금이 빠져나가면 자금의 흐름이 막히면서 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연준이 계속해서 예고한 것처럼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커 미국의 채권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를 빨리 올릴 가능성이 없고, 다음번 인상까지 상당한 시차를 둘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충격은 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적 악재로 부각될 가능성은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내년이나 내후년 빨라지거나, 유럽이 내년 9월 이전에 완화정책을 조기 종료하게 되면 유럽발 ‘긴축발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김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이상재 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따라서 시장이 받는 충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가 0~0.25%였던 금리가 0.25%로만 오르고 연준이 온건한 기조를 강조하면 시장의 초기 불안은 단기 충격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0.5%로 올리고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강조한다면 초기 불안은 크겠지만, 이는 점차 잦아들 수 있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 9월 기준금리 안 올린다면

전문가들은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을 때 금리인상이 미뤄진 데 대한 안도감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데 따른 여파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연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라는 ‘폭탄’을 안고 가는 것보다 9월 금리 인상 후 연준의 기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밤방 브로조느고르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이 “미국이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는 편이 낫다”며 “불확실성이야말로 금융시장을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 환영 의사를 밝혔고, 로드리고 발데스 칠레 재무장관은 “남미 각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치솟고 있다”며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불확실성 지속을 우려하는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 금리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지연되더라도 연준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증시불안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안을 잠재우고자 금리 인상을 늦추기로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시장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상재 팀장은 평가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을 2주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는 오는 금요일(4일) 8월 고용지표와 임금 상승률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8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1만~22만명 수준으로 전달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고용이 20만명을 넘으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