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불타자 희망도 사라져… “ ‘시리아 피아노맨’ 끝내 난민으로

“피아노 불타자 희망도 사라져… “ ‘시리아 피아노맨’ 끝내 난민으로

입력 2015-09-21 22:08
업데이트 2015-09-21 22:0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지난해 6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야르무크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연주하던 ‘시리아 피아노맨’ 아이함 아흐마드의 모습. 그는 자신이 치고 있던 피아노가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불타 없어지자 고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다마스쿠스 AFP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야르무크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연주하던 ‘시리아 피아노맨’ 아이함 아흐마드의 모습. 그는 자신이 치고 있던 피아노가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불타 없어지자 고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다마스쿠스 AFP 연합뉴스


 5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에서 꿋꿋하게 희망을 연주해 세계를 감동시켰던 일명 ‘시리아 피아노맨’이 결국 고국을 등졌다. AF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시리아 피아노맨으로 알려진 아이함 아흐마드(27)가 독일행 난민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아흐마드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정착한 야르무크의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놓고 노래와 연주를 해 유명해졌다. 그가 어린이들과 함께 ‘내 형제여, 야르무크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라는 곡을 부른 동영상은 유튜브 등에 올라 난민의 참상을 알리는 등 큰 반향을 낳았다.

 난민 캠프에서 3년간 배고픔과 전쟁의 공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가 난민 대열에 나선 결정적 계기는 유일한 위안이던 피아노가 불타 없어지면서다. 지난 4월 야르무크는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의 격전장이 됐으며, 두 조직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요해 음악을 금지했다. 이들을 피해 피아노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자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그는 테러세력의 검문에 걸렸고, 자신의 눈앞에서 피아노가 불타 없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아흐마드는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여서 (피아노가 불타는 것은)친구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하기까지 1500㎞에 이르는 아흐마드의 여정은 험난했다. 곳곳에서 주검을 마주하고, 온종일 끼니를 때우지 못한 날이 숱했다. 다른 난민 70명과 그리스행 작은 보트를 나눠 타려고 그 또한 밀입국 브로커에게 1250달러의 돈을 지불했다. 처자식을 시리아에 두고 홀로 독일행을 택한 그는 돈을 벌어 가족들을 데려오는 것이 당장 목표다. 연주를 향한 꿈도 여전하다. 그는 AFP에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싶다”며 “전 세계를 순회하며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