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 미군 철수 철회 “2017년 이후에도 유지할 것”

오바마, 아프간 미군 철수 철회 “2017년 이후에도 유지할 것”

입력 2015-10-16 09:26
업데이트 2015-10-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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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전인 내년 말까지 철수하겠다는 당초 공약 번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말 철수 예정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아프간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시켜 2001년부터 시작된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을 번복하고 아프간 문제를 자신의 후임에게 넘기면서 대선을 앞둔 미국 정계에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 9800명을 늦어도 2017년까지 5500명으로 축소해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부통령,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함께 루즈벨트룸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은 아프간이 테러리스트의 피난처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아프간의 국방력은 그들이 필요한 만큼 강하지 못 하다”며 미군의 철수를 연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대규모 공세에 나서면서 지난달 말 아프간 북부 도시 쿤두즈를 점령했다. 당시 미군은 쿤두즈에서 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병원을 오폭해 22명의 사망자를 냈다. IS도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아프간 영토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탈레반에서 이탈한 대원들을 적극 받아들여 세를 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이 맡을 임무는 한정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라면서 아프간 사태의 연장으로 인한 미군의 피해를 걱정하는 여론을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2017년 이후 아프간에 남는 미군은 탈레반, IS 등의 테러 행위에 대응하고,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그들에게 자문하는 임무를 맡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수도 카불, 바그람, 잘랄라바드, 칸다하르 등 4곳에 나누어 배치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전임 대통령이 떠넘긴 값비싼 전쟁의 한 페이지를 넘기겠다”며 대사관 경비를 위한 필수 병력 1000여명을 제외한 모든 미군을 2016년 말까지 아프간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철수 계획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월에 2015년 내로 9800명의 주둔 병력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당초의 계획을 변경해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2016년 말까지 주둔 병력을 철수한다는 계획은 고수했다.

 AP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지난 몇 달 간 아프간 정책 전반 대해 계속 검토해왔다. 최근 몇 주 간 아프간 상황이 급변하자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은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는 것은 자멸 행위”라고 말했으며, 존 캠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 6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2016년 이후에도 미군 잔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공식으로 했다”고 밝혔다.

 AP는 아프간 전쟁을 자신의 임기 내에 끝내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을 후임 대통령에게 넘기려 하면서 아프간 문제가 2016년 미국 대선의 핫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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