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또 양적완화로 경기부양 처방’약발은 제한적’ 전망

ECB 또 양적완화로 경기부양 처방’약발은 제한적’ 전망

입력 2015-12-03 23:18
업데이트 2015-12-0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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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이은 두 번째 정책 패키지…시장 반응은 갈려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현지시간) 또다시 굵직한 경기부양 정책패키지를 내놓았다.

올해 들어, 1월 발표한 매월 600억 유로 규모의 전면적 양적완화에 이어 사실상 두번째 대형 정책툴(tool)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직전 통화정책회의가 열린 10월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때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것을 실천했다.

양적완화를 지지하는 비둘기적 시각에선 월간 양적완화 규모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표출되는 등 시장의 반응은 갈렸다.

이미 유로화 가치가 이미 많이 떨어져 있음을 고려하면 이번 통화팽창적 정책들이 주로 목표 삼은 것은 저인플레 탈피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을 자극할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이 오르지 않고 신흥국 경제둔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처방이라는 얘기다.

적당한 물가상승을 유도하는 것으로 경기를 자극하고 기업활동과 가계소비를 활성화함으로써 성장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2일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 통계는 저인플레의 위험신호를 적실하게 보여준다. 유로존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가 작년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가 0.2%였으니 딱 절반이다. ECB의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설정돼 있음을 감안하기까지하면 바닥을 뚫고 지하를 기는 형국이다.

물론 9월 한때 마이너스 0.1%로까지 떨어졌던 것에 견주면 회복된 것이지만 여전히 0%대의 저인플레, 나아가 디플레 영역으로의 진입 위협이 상존하는 흐름이다.

유로존 수출의 6%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그리스 등 남유럽 위험채무국들의 신용경색, 가깝게는 독일 대표기업 폴크스바겐의 유해가스 저감 눈속임 사태에 이어 파리테러 발생에 얽힌 내수악화 등 위기적 징후도 ECB의 선택을 강제한 요인이다.

유로존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1분기 0.5%에서 2분기 0.4%를 거쳐 3분기 0.3%로 내려앉는 등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처방이 노리는 약발의 전망은 크게 교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금금리 인하를 두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인 양적완화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월부터 가동된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효과는 단시일 내에 그쳐 장기금리는 다시 반등했지만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단기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렸다면서 이번 추가 인하가 기업과 가계 대출을 촉진하고 물가를 밀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 가치를 지금처럼 절하된 상태로 유지하고 그 덕에 수출을 통해 득을 보는 구조를 이어가는 데에도 금리 인하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또한 국채 금리를 끌어내려 ECB가 매입할 국채 규모를 늘리게 되기 때문에 양적완화 이행을 촉진하는 수단으로서 예금금리 추가 인하가 제격이라는 진단도 따른다. 그동안 ECB가 국채 매입 기준을, 예금금리를 웃도는 수준의 국채로 한정해 실제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적어 ECB의 자산매입 효과가 떨어졌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비둘기파들의 현실인식과 정반대의 견해를 보이며 경기진작적 처방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각에서 보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매파들은 유로존 경제가 점차 회복의 동력을 얻어가고 있을뿐 아니라 저인플레도 저유가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저유가는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인플레 제고를 억제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가계소비여력을 늘린다는 것이 이들의 안목이다.

애초 낮은 흐름을 보여온 유로화 가치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 외에 약발이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시장불안만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기업과 개인의 예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고 예금 인출이 빨라져 은행의 대출 재원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시중에 돈을 더 많이 돌게 하려는 양적완화의 목적 역시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런던 소재 리처드 맥과이어 금리전략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잘못하면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겠구나 하는 쪽으로 시장 기대감을 더 부추기는 덫에 ECB가 걸려드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CB와 정반대로 금리를 올리려는 미국 등 다른 금융시장으로 유럽 자금이 넘어가는 문제와, 추가 하향 여력이 별로 없는 금리정책이나 실물의 뒷받침 없이 유동성만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은 언젠가 꺼질지 모를 자산거품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양적완화가 자산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을 동반하면 임금 등 일정한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보통사람들과, 부(富)의 효과를 반기는 자산소득자들간 소득격차와 양극화 가 심화된다는 경제논리는 매파들의 깔고 있는 기본전제이기도 하다.

억눌렸던 임금의 인상에 따른 내수소비 회복으로 수출 악화의 완충판을 확보하고 안정적 저평가 유로화를 수출 주도 경제의 동력으로 삼는 최대경제국 독일과 남유럽 위기채무국의 수혜 불균형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유로존 회원국들의 성장친화적 재정정책 지향이라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동조화 경향과 남유럽 위험채무국들의 건실한 구조개혁 이행이 충실하게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책패키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라는 비관론이 있다.

EU 차원의 대규모 투자정책이 시행되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통화정책만으론 어려운 만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 정부 모두가 성장친화적인 재정정책에 매달려야 한다”고 계속 촉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선(先)반영론 역시 이번 정책효과의 한계를 점치게 하는 포인트다. 시장은, 비교적 명료하게 미래의 정책방향을 언급한다는 평가를 받는 드라기 총재가 한 과거의 누적된 발언으로 양적완화 심화 흐름을 읽고는 미리 이를 반영했기 때문에 이번 정책이 발휘할 추가적 실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 최대보험사 알리안츠의 마하엘 하이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지 언론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유로존 경제는 추가적 통화정책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다”면서 부실은행의 추가적 부실 심화를 우려했다.

독일 헬라바 은행의 게르트루트 트라우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통화정책은 기대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 주식과 부동산에 저렴한 자금이 흘러들어 가격거품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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