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인하보다는 공개시장 조작 통해 자금공급 나설듯
경기둔화에 맞서고 있는 중국 중앙은행의 고민의 일단이 최근 열린 한 좌담회에서 유출된 메모를 통해 드러났다.중국 차이징(財經)망은 24일 인민은행 주최의 좌담회 논의내용 메모를 입수해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가져올 것을 우려해 지급준비율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지난 19일 민간 은행들과 좌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6천억 위안(110조원)의 중기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당국자들이 토로한 고민들이었다.
인민은행은 시중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둔화중인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시중자금이 계속 늘어나 위안화의 약세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메모에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장샤오후이(張曉慧) 행장조리는 “유동성을 관리하는 현 단계에서 위안화 환율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권에 충분히 적절한 유동성을 유지하는 한편 이런 유동성 공급이 과도하게 위안화 환율에 압력을 가져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 인하한 이후 시중자금에는 비교적 여유가 생겼으나 이는 결국 위안화 약세 압력을 초래해 추가 절하 기대가 커졌다는데 인민은행의 고민이 있다.
장 행장조리는 “지준율 인하는 시장에 보내는 지나치게 강한 신호”라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이 앞으로 지준율 인하보다는 덜 과격한 조치인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인민은행은 21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거래로 시장에 4천억 위안(약 7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춘제(春節·설) 연휴는 자금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기간으로 그간의 관행으로는 인민은행은 춘제를 앞두고 평균 1조6천억 위안의 자금을 추가 공급해왔다.
리쉰레이(李迅雷) 하이퉁(海通)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이 메모는 올해 지준율 인하폭이 낮을 것이고 금리인하폭은 더 낮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중국이 환율개혁,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기에는 좋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춘제를 앞둔 자금수요의 속도조절론도 제기했다. 장 행장조리는 “은행들이 이달 상반기에만 1조7천억 위안의 자금을 풀었는데 이는 지나치게 빠르다”며 “자금대출 절차를 다소 늦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易綱) 부행장은 많은 대출이 부실로 드러났던 2009년 대출확대 당시의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위안화환율의 안정세를 유지해나가겠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부행장은 “연간 5만위안의 개인 대출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민간은행이 개인 고객들에게 달러를 사라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켜 공황을 초래할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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