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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여 오바마를 도와라”…기후변화 걱정한 빈라덴

“미국인들이여 오바마를 도와라”…기후변화 걱정한 빈라덴

입력 2016-03-02 13:44
업데이트 2016-03-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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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남긴 문건들 추가공개…“사재 360억 지하드 위해 쓰라”는 유언도부인 치과 치료받자 CIA가 치아에 추적 칩 심을까 걱정해

9·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생전에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걱정하면서 적국의 지도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카에다 지도자인 빈라덴은 또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돕기 위해 우리 돈으로 300억 원이 넘는 사재를 남겼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빈라덴의 문건과 그의 유언장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보도된 문건은 미국 정보당국이 지난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빈라덴을 사살할 때 입수한 것이다. 당시 압수한 자료 중 일부가 지난해 5월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추가 공개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빈라덴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추정하는 ‘미국인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다.

작성자 서명이나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이 편지에서 빈라덴은 2007∼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기업과 로비스트의 자본 통제와 미국 주도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탓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로비스트의 압박으로부터 당신들을 해방시키고 변화시킬 방법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위한 커다란 혁명 착수를 통해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란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를 해방시키는 게 아니라 ‘버락 후세인’(오바마 대통령)을 해방시켜 그가 당신이 추구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오바마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는 해로운 (온실)가스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그를 도와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편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사실이 언급돼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09년 오바마 1기 정부가 출범한 직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또다른 편지에서도 빈라덴은 측근들에게 9·11 테러 10주년을 맞아 미디어 캠페인에 착수할 것을 지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샤이크 마흐무드라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적었다고 미 정보당국은 밝혔다.

빈라덴은 이전에도 지난해 5월 1차로 공개된 문건과 2010년 1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녹음파일 등을 통해 이미 기후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빈라덴이 또 자필 유언장을 통해 지하드를 위해 2천900만 달러(약 358억원)의 사재를 남긴 사실도 이번에 새로 밝혀졌다.

그는 빈라덴 사살 당시 미국이 입수한 문건 가운데 하나인 자필 유언장에서 이 돈을 “지하드를 위해, 알라를 위해 쓰라”고 말했다.

유언장은 미국 등의 정보기관들이 자신의 은신처를 좁혀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음을 보여준다.

다른 편지에선 빈라덴이 자신의 부인 중 한 명이 치아 치료를 위해 이란을 빈번히 방문하자 미 연방정보국(CIA)이 그녀의 치아에 추적 칩을 심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초조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부 압달라라는 필명으로 쓰인 한 문서에서 빈라덴은 “(추적)칩 크기는 밀알만 하고 폭은 버미첼리(가느다란 이탈리아식 국수) 작은 한 토막만 하다”고 썼다.

다른 문서들은 빈라덴이 부하들에게 인질들의 몸값으로 받은 돈이나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의 몸에 추적 장치가 있는지를 잘 살필 것을 지시하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텔레그래프는 빈라덴이 사살될 무렵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있는 알카에다 지도부가 미군의 드론 공습에 십자포화를 당하는 가운데 이미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씨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빈라덴이 사실상 수감생활이나 다름없는 은신처 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테러 총책으로 여기고 서방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격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빈라덴은 알카에다 예맨 지도자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에서 “미국에서 우리의 작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행기 폭파 정도로 공격을 제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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