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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촉발 로드니 킹 사건 25주년…‘폭력경찰 영상고발’ 시초

LA폭동촉발 로드니 킹 사건 25주년…‘폭력경찰 영상고발’ 시초

입력 2016-03-04 09:44
업데이트 2016-03-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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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 흑인 폭동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 사건’이 3일(현지시간) 발발 25주기를 맞이했다.

건설 노동자이던 흑인 로드니 킹은 1991년 3월 3일 과속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 로스앤젤레스 시 경찰국 소속 4명의 경관에게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백인이 다수를 차지한 배심원단리 기소된 경관들을 무죄 평결하자 분노한 흑인들은 이듬해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동을 일으켜 미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로드니 킹 사건은 당시 경찰의 집단 폭행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주민 조지 할러데이를 통해 알려졌다. ‘민중의 지팡이’로만 알던 경찰이 시민을 향해 공권력을 잘못 사용한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많은 미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소수 인종을 향해 자행되던 미국 폭력 경찰의 실태를 동영상으로 고발해 미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로드니 킹 사건은 이 분야의 ‘효시’로 통한다.

로드니 킹 사건 이후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고발하는 동영상은 홍수를 이뤘다. 목격자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폭행 현장을 담기도 하고, 수사 당국은 주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고한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경관의 폭행 사건으로 좌불안석인 미국 각 지역의 경찰은 경찰차와 경찰의 몸에 각각 ‘대시 캠’과 ‘보디캠’을 부착해 수사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시민의 신뢰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폭행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동영상이 있음에도 이로 인해 법의 심판을 받는 경관은 거의 없는 현실 탓에 동영상 고발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미국 NBC 방송이 전했다.

에워싼 경찰에 목을 졸려 ‘숨을 쉴 수 없다’던 유언을 남기고 끝내 사망한 뉴욕의 흑인 에릭 가너 사건의 동영상을 보고 많은 이들이 분노했지만, 처벌을 받은 경찰은 없다. 동영상 고발 시대에 경찰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나 과잉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NBC 방송에 따르면 당시 31세 배관공이던 할러데이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무차별로 얻어맞는 킹을 보고 즉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이 영상을 지역 방송사에 돈을 받고 팔았다.

동영상의 충격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원 무죄 평결을 내려 사고를 자초한 미국 법원은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거친 뒤에야 4명의 경관 중 2명에게 민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0개월 처분을 내렸다.

경찰의 폭행으로 청력을 상실한 킹은 이후 로스앤젤레스 시와 합의해 380만 달러(약 46억560만 원)의 보상금을 타냈지만, 2012년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익사, 47년의 생을 마감했다.

피츠버그 대학 법학과 교수로 경찰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해리스는 “로드니 킹 사건의 동영상은 경찰의 폭력과 관련해 엄청난 충격을 안긴 첫 비디오”라고 규정했다.

해리스 교수는 “이후 사건 현장의 동영상을 찍은 행인들 덕분에 그냥 지나칠 만한 사건이 묻히지 않고 알려지게 됐다”면서 “동영상이 없었다면 누구도 사건을 모르고, 경찰이 하는 말에 토를 달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하지만 그는 “동영상은 법을 바꾸지도 못하고 경찰의 공권력 사용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경찰의 폭력 문제를 풀 ‘특효약’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적으로 경찰과 수사 당국에만 기대야 했던 사건 해결의 열쇠를 동영상이 일부분 제시한 것을 해리스 교수는 긍정 평가했다.

이러한 ‘권력’ 이동의 개척자 노릇을 한 할러데이는 지난해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이들에게도 계속 경찰의 행동을 동영상으로 찍을 것을 권유하면서도 벌어진 전체 사건을 동영상에 담지 못했다면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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