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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비판에 재갈 물리는 위협 소송 빈발

일본서 비판에 재갈 물리는 위협 소송 빈발

입력 2016-03-07 16:13
업데이트 2016-03-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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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슬랩소송 남발 막을 법적 규제 필요’ 지적

일본에서 기업이나 유명인을 비판했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사자들은 ‘슬랩 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슬랩 소송은 대기업이나 정부 등 우월한 지위에 있는 쪽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개인이나 시민, 피해자 들이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이나 정부 또는 지자체에 대책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이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일종의 전략적 소송을 가리킨다. 시민들의 참여를 막기 위한 일종의 위협소송인 셈이다.

7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나가노(長野)현 이나(伊那)시에 사는 하부타 가쓰마사(土生田勝正.66)씨는 2014년 3월 이나시의 한쪽 경사면에 태양발전용 집열판을 설치한 건설회사로부터 6천만엔(약 6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당했다.

2012년에 해당 건설회사가 태양 집열판을 설치하려 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은 기온상승이 우려되고 피해대책이 불안하다며 사업설명회를 요구했다.

하부타씨는 이 설명회에서 “(해당)기업의 자세 자체가 불안하다”고 발언했고 현지 신문이 그를 상대로 취재해 “주민들이 곤혼스러워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얼마후 해당 회사로부터 소장이 날아왔다. 회사 측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사업)계획을 비판해 회사가 주민의 생명과 환경에 위해를 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매스컴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대운동으로 계획의 일부를 중단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반대한 주민이 여러 명 있었지만, 회사는 하부타씨 1명만을 제소했다.

놀란 하부타씨는 지역 주민들과 협의 끝에 “반대운동을 억누르려는 목적의 부당한 소송”이라며 거꾸로 회사를 상대로 200만 엔(약 2천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나가노현 지방법원 이나지원은 작년 10월 “설명회에서 반대의견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며 반대운동도 온건한 언론 행위”라며 회사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나아가 “(회사측의) 제소 자체가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춰 타당성을 현저히 결여했다”며 회사 측에 하부타씨에게 50만 엔(약 55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은 회사측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은 1년 8개월이나 걸렸으며 변론도 11차례나 열렸다. 하부타씨는 “그동안 겪은 정신적, 육체적 부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제소당하면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슬랩)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에는 화장품 회사인 DHC와 이 회사 요시다(吉田嘉明) 회장이 지금은 해체된 ‘다 함께 당’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전 대표에게 8억 엔(약 88억 원)을 빌려준 사건에 대해 “돈을 벌기 위해 정치가를 돈으로 매수했다”고 블로그에서 비판한 사와후지 도이치로(澤藤藤統郞)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요시다 회장은 같은 주장을 한 다른 평론가와 변호사도 제소했다. 사와후지 변호사는 “슬랩 소송”이라며 다시 비판했다. 그러자 요시다 회장은 2천만 엔이던 손해배상 청구액을 6천만 엔으로 올렸다.

도쿄(東京)고법은 도쿄지법에 이어 DHC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사와후지 변호사의 주장은) 공익성이 있고 평론의 범위 내”라고 밝혔다. 사와후지 변호사는 고법 판결 후 “제소당하면 언론이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면서 “법원의 판결에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DHC 측은 상고했다.

요시다 회장은 아사히 신문의 취재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 제기에는 놀랄 만큼 돈이 들며 (억울해) 울면서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서 “그걸 기화로 멋대로 거짓말이나 악담을 허용하는 현실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대로 “슬랩 소송”이라고 비판했다가 거꾸로 손해배상명령을 받은 경우도 있다.

슬랩소송을 연구해온 나이토 미쓰히로(內藤光博) 센슈(專修)대학 교수(헌법학)는 슬랩 소송은 “특정 발언을 봉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래 다른 사람의 발언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언론자유에 대한 큰 문제라는 점에서 법적 규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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