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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난무하는 트럼프 유세장…‘미니 슈퍼화요일’ 변수될까

폭력 난무하는 트럼프 유세장…‘미니 슈퍼화요일’ 변수될까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3-13 11:08
업데이트 2016-03-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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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시카고 유세장에서의 폭력 사태가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히스패닉계와 무슬림을 비롯해 소수계층을 비하하고 반(反) 이민 성향을 노골화하는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시카고에 이어 12일 오하이오 주와 미주리 주에서도 잇따른 시위자들의 시위와 항의로 유세가 지연되거나 파행이 빚어졌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폭력배’에 비유하며 흔들리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공화당 경쟁 후보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일제히 “트럼프의 책임”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어 향후 경선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시카코 이어 오하이오·미주리서도 시위…퇴장…파행 = 이날 트럼프가 가는 유세장마다 시위와 항의, 퇴장과 같은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유세장 안팎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의 연설을 방해했다.

오전 오하이오 주 데이튼 유세에서는 괴한 1명이 트럼프가 연설 중인 단상으로 돌진하면서 연설이 2분 정도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고, 이어 오후 클리블랜드 유세에서도 트럼프에 항의하는 일부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다가 퇴장을 당했다. 트럼프는 경호원들에게 “당장 끌어내라”라고 지시하고서 “저들은 버니 샌더스의 군중”이라고 비난했다.

저녁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인종차별주의를 추방하라”, “인종차별주의는 비 미국적”이라는 피켓을 든 시위자들이 장내에 들어와 구호를 외쳤고 트럼프의 연설이 20분 가까이 중단되는 파행을 빚었다. 트럼프는 특유의 조소 섞인 표정을 지은 채 “도대체 저 사람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 미국에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다. 저들은 틀림없이 버니 샌더스의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유세장 밖에서도 시위대와 지지자들이 서로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일부 시위자들은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전 앞둔 루비오·케이식 “트럼프의 책임” 때리기 = 미니 슈퍼화요일의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트럼프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즉각 맹비난을 퍼부었다.

분열과 폭력을 조장하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당 전체가 해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루비오는 이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트럼프는 분명히 분노를 자극하는 말을 사용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공화당과 미국을 분열시키는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케이식은 이날 오하이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폭력적으로 충돌하는 유독한(toxic)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국가의 지도자가 이 위대한 미국에서 국민들의 공포를 등쳐먹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그를 지지하는게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 주류 내부의 반(反) 트럼프 정서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위 주자로 당내 비주류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를 향해 “폭력을 조장하고 유권자들을 존경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가 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샌더스 이어 오바마까지 트럼프 맹비난 = 여기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세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교외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의 추하고 분열적이며 폭력과 공격을 선동하는 언사가 잘못됐다”며 “만일 성냥을 갖고 놀다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불을 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적 방화”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멕시코인들과 흑인들을 매우 상스러운 방법으로 모욕하고 있다”며 “폭력사태를 멈추게 하는 것은 트럼프에 달려있다”고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개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해 “모욕과 조롱, 사실조작, 편가르기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마이웨이’…경선에 득일까 실일까 =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 주 데이튼과 클리블랜드,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예정대로 유세일정을 이어가면서 이번 사태에 흔들리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폭력배들 때문에 (시카코) 집회가 취소됐다”며 “대도시에서 집회를 갖지 못한다는 슬픈 일”이라고 시위대를 겨냥한 뒤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것이냐. 집회의 권리는 어디로 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시카고 유세장 폭력사태가 단순히 일과성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차별적 언행’에 대해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소수인종의 반감이 뿌리깊게 확산돼있어 앞으로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시위대를 다루는 트럼프의 대응이 지나치게 ‘고압적’이어서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폭력사태는 다시한번 트럼프의 거친 언행과 ‘자질론’,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폭력 사태가 보수층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낳으면서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시위대의 표적이 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앞으로 소수인종에 비우호적인 트럼프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이는 본선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공화당의 당심(黨心)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가늠해볼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샌더스 ‘시위대’ 놓고 공방 = 트럼프는 이날 유세장에 등장한 시위대를 “버니 샌더스의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이것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방해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카고 폭력사태에 관여된 시위대 중에는 ‘버니 샌더스’라고 쓰인 피켓을 든 샌더스 지지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샌더스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며 “나는 트럼프 유세장에 우리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것이 고맙지만, 우리가 시위를 조직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시위를 일으킨 것은 바로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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