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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테러> ‘유럽 심장’ 벨기에, 대테러 역량 구멍 또 드러내

<브뤼셀 테러> ‘유럽 심장’ 벨기에, 대테러 역량 구멍 또 드러내

입력 2016-03-23 13:38
업데이트 2016-03-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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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 이후 대대적 수사·테러 가능성 예고에도 범행 못막아

‘유럽의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유럽연합(EU) 본부 인근 지하철역이 22일(현지시간) 테러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벨기에의 취약한 안보 역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벨기에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급격히 주목을 받은 데다 EU의 수도라는 상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대테러 역량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도 지난해 11월 유럽의 대테러 노력에서 벨기에가 “가장 약한 고리”라고 시인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구 1천100만 명인 벨기에의 정보기관 인력은 600명 가량으로, 인구 1천700만 명 가량에 이슬람 극단주의 가담자도 벨기에보다 적은 이웃 네덜란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테러 기술도 취약해, 벨기에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알랭 위낭에 따르면 벨기에는 유럽 국가 가운데 전화 도청 등 정보 수집에 필요한 최신 기술을 가장 늦게 도입하는 국가다.

결국 이러한 취약한 안보 역량 탓에 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했고 벨기에가 ‘유럽의 테러 전진기지’라는 악명을 안게 된 데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벨기에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파리 테러 이후 관련 지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많은 브뤼셀 인근 몰렌베이크 일대에 2019년까지 경관 1천 명을 추가로 배치해 불법 무기와 마약 거래 등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집중적인 노력으로 벨기에 당국은 지난 18일 마지막 남은 파리 테러 주덤 살라 압데슬람을 4개월 만에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줄곧 몰렌베이크에 은신해있던 압데슬람을 4개월 넘게 잡지 못한 것은 갖은 노력에도 벨기에의 대테러 역량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구나 수사당국이 지난 4개월여간 압데슬람을 비롯한 파리 테러 연루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경찰 병력 등의 피로도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벨기에 안팎의 정보기관으로부터 벨기에 테러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음에도 사실상 ‘예견된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은 벨기에의 허약한 대테러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절대적인 인력과 기술도 부족한 상황에서 벨기에의 복잡한 사회구조도 대테러 역량을 결집하는 데 장애물을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권으로 나뉘어있는 벨기에는 행정조직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

인구 100만 명 남짓인 브뤼셀 수도권특별지역만 해도 치안을 자치시장 19명, 정보기관 2곳, 경찰서 6곳이 나누어 맡고 있다 보니 효율적인 정보 공유와 일사불란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테러 전문가인 톰 앤더슨은 미국 매체 매셔블에 “경비망이 아무리 촘촘해도 빈틈이 있을 수 있다”며 “벨기에의 경우에는 그 빈틈이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프랑스의 대테러 전문가인 길레 케펠도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유럽은 서방의 취약지역인 데다 특히 벨기에는 이런 유럽에서 가장 큰 허점을 가진 곳이라는 게 지하디스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리와 브뤼셀에서의 연이은 테러로 벨기에와 EU 차원의 대테러 역량 강화 필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랑스 국방부 관료 출신의 그라티엥 메르는 최근 브뤼셀의 한 행사에서 벨기에가 복잡다단한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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