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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권 감원 한파…한국도 금융취업자 6년래 최대 감소

세계 금융권 감원 한파…한국도 금융취업자 6년래 최대 감소

입력 2016-03-30 08:18
업데이트 2016-03-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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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실적 악화에 ‘치이고’ 인공지능 로봇에 ‘밀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돈풀기에도 세계경제가 좀처럼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면서 전 세계 금융권에 감원한파가 다시 거세졌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은행과 보험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기업이 쌓아올린 부채는 부실채권을 양산한 결과다.

생존이 급선무가 된 금융기관으로선 결국 감원을 택하는 모습이다.

예대마진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한국 금융권도 저금리 속에 정년 연장이 겹치면서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단행, 작년 일자리 감소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실적을 밑돌 정도로 낮아지면서 부진이 골이 깊어질 조짐인데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 자산관리시스템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해서다.

◇ 금융위기 이래 미국·유럽 IB ‘칼바람’…감원 인력 100만명 육박

30일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0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뭉텅 잘라 낸 미국과 유럽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올해 초에도 대규모 감원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주요 IB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감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현재까지 IB 감원 규모가 총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올 1월 영국계 대형은행 바클레이스가 한국,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하고 총 1천200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012∼2014년 7천명을 감원하고 일부 직군은 신규채용까지 중단한 상황에서 아시아 지사까지 닫으면서 몸집을 줄인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채권부문을 중심으로 109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으며, 독일 도이체방크도 글로벌 시장 채권 부문 인력 75명을 줄였다.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하던 영국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는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자문 부문에서 220명, 보험상품자문 부문 200명 등 총 550명을 감원키로 했다.

RBS가 투자자문 분야에서 대거 감원을 단행한 것은 고객들이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은행 고객이 온라인으로 재정 상황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투자상품을 안내하고 업무도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여러 고객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어서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대규모 감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은 크레디트스위스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주 2차 구조조정 계획에서 올해 2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사업부문도 규모를 기존의 70%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례만 모아도 올 초부터 지금까지 주요 IB가 발표한 감원 예상 인원은 약 4천명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대형은행 11곳은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0만명을 감원했다고 FT는 보도했다.

2013∼2014년 두 해 동안 미국 대형은행 6곳에서만 8만3천200명이, 2007∼2012년에는 미국 금융·보험업계에서 4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외신 집계까지 합치면 금융위기 이래 미국에서 50만여명의 금융계 종사자들이 해고된 셈이다.

유럽에서는 2008∼2015년 사이에 IB 직원 수가 37만명 줄어들었다.

동일 조건은 아니지만 이 수치들을 단순 합산해보면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 IB에서 감원된 인원은 90만여명에 달하고, 올해를 기점으로 100만명에도 육박할 수 있으리라고 추산된다.

◇ 한국도 금융권 일자리 고점 대비 11만2천개 감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몰아닥친 감원 한파는 한국도 비켜나가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금융·보험업권 취업자는 78만2천명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2013년 7월 89만4천명에 비해 11만2천명 줄어들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작년 금융·보험업권 취업자는 78만9천명으로 전년보다 4만8천명(5.7%)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런 감소세는 작년 전체 취업자가 2천586만7천명으로 전년보다 1.1% 늘어난 것에 견줘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2009년 금융·보험업권 취업자는 76만6천명으로 전년보다 5만5천명(6.6%) 감소한 바 있다.

작년 금융권 감원을 업권별로 보면 특히 은행권과 증권사들을 위주로 임직원이 급감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정년 연장을 앞두고 희망퇴직 바람이 불었다.

KB국민은행은 작년에 전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1천122명을 특별퇴직시켰다.

SC제일은행은 작년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전 직원의 20%에 가까운 961명을 퇴직시켰다.

KEB하나은행도 4년 만에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690명을 내보냈다. 이는 전체 직원의 4.3%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말 증권사 임직원수는 3만6천161명으로 전년 말에 비해 452명 감소했다.

회사별 감소 규모를 보면 NH투자증권 224명, 하이투자증권 129명, 한화투자증권 91명, 삼성증권 85명, 하나금융투자 79명, KDB대우증권 49명 등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현재 손해보험사 소속 임직원수는 3만2천567명으로, 전년말에 비해 480명 줄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소속 임직원수는 2만7천373명으로 전년말 대비 738명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인력감축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개시한 것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90여명을 내보냈다.

올해 증권업계 사상 최대규모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과정에서 인력이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M&A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간 합병과정에서 6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앞서 푸르덴셜증권과 한화증권이 합병한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 말 3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권에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유럽 금융권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는데, 이후 세계경제 성장세가 회복되지 않고,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고 금융권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면서 인력감축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최악이었던 세계 경제가 올해는 더 안 좋은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금융권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은행보험연구실장은 “한국은 작년에 명예퇴직이 많아 금융권 인력이 대폭 감축됐고, 해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부실도 늘어나 전반적으로 생존경쟁 차원에서 인력감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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