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가 악마숭배라는 사람에게도 말할 자유는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이 모든 사람의 생각과 발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품위 있게 비판했다.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롤링은 뉴욕에서 열린 펜 아메리카 연례행사에서 트럼프가 한 말들이 모두 무례하고 편협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트럼프의 자유를 인정해야 나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에게 그런 말을 할 자유를 줘야 “그를 ‘편협한 사람’이라고 부를 나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롤링은 이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어린이들을 사탄숭배로 이끈다고 비난하는 일부 사람들이 가지는 자유와 비슷한 것이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이들에게 ‘나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성을 탐구합니다’라고 설명할 자유도, 그냥 ‘당신은 멍청해요’라고 말할 자유도 있다”면서 “아침마다 침대 어느 쪽으로 일어날지에 달린 일”라고 말했다.
롤링은 이날 행사에서 2016 펜·앨런재단 문학공헌상 수상자로서 연설에 나섰다. 억압에 반대하고 숭고한 인간애를 옹호하는 활동을 한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그는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검열과 싸워온 공을 인정받았다.
최근 트럼프 영국 입국금지 청원 운동에 수십만 명이 서명한 점을 가리켜 롤링은 자신이 트럼프의 영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감정이 상했다고 트럼프에 대한 여행 금지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페미니즘, 보통선거, 트렌스젠더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 감정이 상한 사람들이 그런 이유를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것을 비판할 도덕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롤링은 “그들이 당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만으로 적에게서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면, 딱 그런 이유로 사람을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는 독재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포퓰리즘과 국수주의의 물결이 많은 선진국을 휩쓸고 있으며 불편한 목소리를 공공 담론에서 없애버리자는 요구가 이에 함께한다”며 “나는 다른 관점에 대한 불용이 커지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롤링은 2009년 시리아에서 ‘선동적인’ 블로그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18세 나이에 체포돼 수감 중인 탈 알말루히도 소개했다.
그는 동서양의 조화로움을 주장한 알말루히의 블로그 글을 읊으며 “알말루히의 조속한 석방을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성, 관용, 합리적 담론의 중요성을 위한 이 아름다운 청원을 되풀이한다. 펜(Pen)이 오래도록 그녀와 자유를 위해 싸우기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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