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기범에 여성학대·가정폭력 이력자 많아…총기입수 막아야”

“美총기범에 여성학대·가정폭력 이력자 많아…총기입수 막아야”

입력 2016-06-14 14:30
수정 2016-06-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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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매체 “부인·자식 해치는 사람, 타인 폭력 행사로 이어져”“정치인들, ‘독성 남성주의’ 간과하고 이민·종교요인만 따져”

미국 올랜도 총격 참사를 일으킨 오마르 마틴의 범행동기를 두고 그가 이슬람인 점 때문에 이슬람주의적 급진화가, 공격 목표가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인 점 때문에 성 소수자에 대한 증오가 주로 조명받고 있으나 그의 부인에 대한 가정폭력과 여성 경시 전력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빈발하는 총기 난사 범죄 가운데 부인이나 연인 등 여성 파트너에 대한 폭력이 다수의 타인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양상이 큰데, 마틴의 부인이나 지인들의 증언에서도 그가 가정폭력과 여성 경시를 수반하는 “독성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빠져 있던 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성향 블로그 매체인 ‘싱크프로그레스’는 13일(현지시간) 마틴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을 상기시키며 “가정폭력, 성폭력, 성 역할 등의 문제에 관련된 활동가들”의 관점에선 “여성 가족구성원을 해치는 남자들이 종종 타인들을 해치게 된다는 증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블로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2009년~2012년 사이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중 40%가 여자친구나 부인, 전 부인을 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난해만 해도 총기 난사로 인한 사망자의 거의 3분의 1이 가정폭력과 직간접으로 연관됐다. 미국 총기 난사사건 현장의 대다수도 가정이다. 남성 총격범들이 가족 내 여성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깊이 뿌리박힌 성 규범 때문에, 남녀 연인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을 학대하고 폭력과 강압을 써도 정상적인 일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이러한 “독성 남성성”이 총기 난사범들이 ‘나는 이렇게 해도 된다’는 일종의 `권리 의식'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 블로그는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총격범들에 대해 이민자 여부와 종교 성향을 주로 따지느라 이러한 “독성 남성주의”엔 합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가정폭력 문제 전문가들은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 상대 범죄자들을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고 이 블로그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실제 총기 난사로 인한 대량살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한 가지는 “가정폭력범들의 총기입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 블로그는 지난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인 학생 조승희 사건을 비롯해 “총기를 발사하기 전 여성들을 향해 독성적인태도를 가졌던, 즉 여성에 대한 폭력 및 학대 행위들과 직접 관련된 남성들”이 저지른 최근 몇몇 사례들을 소개했다.

조승희의 경우 총격 사건 전에 여성 2명을 스토킹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가 남긴 노트엔 부잣집 아이들과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함께 “여성들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가 두서없이 적혀 있었다.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과거 지도교수 1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자살한 박사과정 마이낙 사르카르는 교수 살해 전에 불화 상태이던 부인 집에 창문을 타고 들어가 부인을 먼저 죽였다.

올해 2월 캔자스주 헤스턴에서 동료 3명을 죽이고 30명을 다치게 한 후 경찰이 쏜 총에 죽은 세드릭 포드는 범행 90분 전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는데, 재판 기록에 따르면 과거 그와 사귀었던 한 여성은 그가 목을 조르려고 했다고 말하는 등 그와 연인관계이던 여성들이 그를 무서워했다.

지난해 7월 루이지애나주 한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여성 2명을 살해한 존 러셀 하우저는 가정폭력과 정신이상의 이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콜로라도주 낙태진료소에서 총기로 3명을 살해한 로버트 루이스 디어는 15년 전 부인과 이혼하기 전 부인을 때리고 창밖으로 내던지는 등의 가정폭력을 저지르고 이웃집 여성을 몰래 엿보는 등의 전력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서 젊은 여성을 포함해 6명을 살해한 엘리엇 로저는 자신이 22세가 되도록 동정인 것은 자신을 거부한 여성들 때문이라며 “더럽고 건방진 금발 계집애들은 보는 족족” 살해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여성혐오 온라인 모임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샌 버나디노 총기 난사사건은 사이드 파룩이 부인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지만, 재판 기록을 보면 파룩은 아버지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때리고 밀치고 심지어 술에 취해 TV를 어머니 몸 위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폭력 가정에서 자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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