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도 진압…중동안보 격동기 14년 ‘술탄’ 터키 에르도안

‘쿠데타’도 진압…중동안보 격동기 14년 ‘술탄’ 터키 에르도안

입력 2016-07-16 16:51
수정 2016-07-16 16: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권위주의·비민주적·이슬람주의 통치 비판에도 장기집권

쿠데타로 세속주의 군부 장악력 공고해질 듯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군부의 ‘하룻밤’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그의 통치 가도에 만성적 불안요소였던 군부에 대한 통제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쿠데타가 급박했던 초반 상황과 달리 6시간만에 ‘싱겁게’ 진압된 것에 대해선 여러 음모론도 나오고 있으나, 진실이 무엇이든 에르도안의 국정 장악력이 공고해질 것이라는 예측엔 이견이 없다.

집권 14년째인 에르도안 정권은 그간 2차례 군부의 쿠데타 음모를 적발했다면서 군부 내 반대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한 전력이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망명한 반정부 인사 펫훌라흐 귈렌의 충성파를 이번 쿠데타의 주동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을 ‘청소’하겠다고 다짐했다.

군부에 남은 ‘꺼진 불’까지 다시 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향후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함께 쿠데타와 같은 급변사태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에르도안 대통령의 ‘숙원’인 대통령제 개헌을 가속할 공산도 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 흑해연안 리제에서 태어나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자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터키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을 받는다.

22살 때부터 이슬람계 정당인 국가구원당의 이스탄불 청년지부장을 맡아 이슬람 정치운동을 시작했으며, 1985년 역시 이슬람계 정당인 복지당의 이스탄불 지부장에 올랐다.

1994년 40세로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돼 돌풍을 일으켰으며, 2001년 이슬람계 정당인 현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당대표가 됐다.

AKP는 2002년 11월 조기총선에서 34.1%의 지지로 전체의석의 66%를 차지해 터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이슬람계 정당의 단독정부가 출범했다.

다만, 그는 1999년 이슬람계 정당이 탄압받자 종교로 국민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4개월간 복역한 전과 탓에 바로 총리직에 오르지는 못했다.

AKP를 함께 창당한 압둘라 귤 전 대통령에게 총리직을 맡기고 2003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으로 총리에 취임했다.

에르도안은 이후 2007년과 2011년 총선에서도 잇따라 승리해 3연임했으며 2009년과 2014년 3월의 지방선거에서도 집권당의 승리를 이끄는 등 모든 선거에서 이겼다.

2014년 선거 때는 그의 아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은폐하고 뇌물수수를 논의하는 전화통화를 비롯해 방송사에 야당 대표의 연설을 중단하라고 직접 압력을 넣는 등 각종 도청자료가 폭로돼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여론전으로 이를 극복해 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직을 3연임으로 제한한 당규를 바꿔 대선 출마 대신 총리직 4연임의 포석을 깔았지만 선거에서 45%의 득표율을 기록하자 대권 도전 의지를 굳혔다.

결국 2014년 터키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직선제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실세 총리였던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터키의 내각제는 유명무실화됐고 사실상 제왕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제로 바뀌었다.

2007년 총선 승리로 재집권하고부터 그는 터키의 핵심 건국이념인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를 약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세속주의의 본산’인 군부 장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울러 세속주의 성향이던 사법부도 법률 개정으로 영향력 아래 두고 주류 언론사에 압력을 가해 친정부 성향으로 돌리는 등 헌법상 기본권을 훼손하고 권력을 집중화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슬람주의자인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서방 언론들은 ‘터키의 술탄’이 등극했다면서 일제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술탄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황제로 이슬람 종교지도자를 겸한 절대 군주다.

비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서방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던 그에게 시리아 내전과 난민 사태, 이슬람국가(IS) 확장 등 중동의 안보 위기는 기회였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를 교묘히 이용해 권한을 공고히 다졌다.

중동의 이런 위기를 타개하려면 IS와 난민의 통로이자, 서방 군사작전의 전진기지인 터키를 빼놓고는 해법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터키가 IS 격퇴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한 지난해 8월 이전까지만 해도 IS에 대한 터키의 ‘전략적 모호성’은 국제동맹군의 주축인 미국과 유럽, 중동 수니파 왕정의 골칫거리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동의 내전으로 몸값을 올려 서방의 자금지원과 나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의 발판으로 삼는 한편, 반대 세력인 쿠르드 반군을 토벌하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이번 쿠데타 시도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으로부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권력임을 확인받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술탄의 재림’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게 되는 소득을 얻게 됐다.

인종차별과 여성 비하와 같은 숱한 구설에도 그의 권위주의 스타일의 통치는 저소득, 저학력 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지지층은 또 다른 존경의 의미로 그를 ‘술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