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원주민 말살책 첫 공식 사과…원주민의 날 제정

차이잉원, 대만 원주민 말살책 첫 공식 사과…원주민의 날 제정

입력 2016-08-01 17:09
수정 2016-08-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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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1일을 원주민의 날로 지정하고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대만내 16개 소수민족 대표를 총통부로 초청해 수천년전부터 대만에서 살아온 원주민 역사가 대만사에 누락된 것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사과문을 통해 10차례에 걸쳐 ‘죄송하다’는 표현을 쓰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주민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원주민 기본법’을 제정해 원주민의 자치, 언어, 문화, 교육 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역사상 원주민 탄압에 대한 첫 공식적인 사과다.

대만 정부는 또 8월 1일을 원주민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이날에 원주민 정책 진척상황을 보고하기로 했다.

산악 원주민인 파이완(排灣)족 혈통을 지닌 푸젠성 출신의 객가(客家)인 후예로 분류되는 차이 총통은 과거 국민당 시절 정부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원주민 사과를 추진해왔다.

차이 총통은 특히 지난 5월 20일 취임식에 파이완족 전통의상을 입은 합창단을 등장시키며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고 취임사에서도 “원주민을 위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에서 ‘원주민’이라는 용어는 헌법 개정안이 논의되던 1994년 8월 1일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산바오(山胞)로 부르며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만 인구의 2% 정도인 원주민은 주로 동부, 중부 고산지대와 남부 지방, 동부 도서지역에 산재해 있는 16개 부족을 일컫는다. 서부 평원지대에 살던 핑푸(平보<土+甫>)족이 대량 이주한 한족 문화에 동화된 것과 달리 이들은 고유 문화와 전통을 유지한 채 대만 사회의 비주류로 살아왔다.

1947년 2·28 사태 당시에도 상당수 대만 원주민들이 학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시대 ‘황민화정책’과 국민당 정부의 탄압 정책 등으로 원주민어 사용이 금지되면서 과거 24개에 달했던 원주민 언어 중에서 이미 7개가 사라진 상태다. 각 원부족들이 자치단체를 꾸려 언어보존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정부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아울러 원주민 고유의 생활 관습이 대만 현행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잦았다.

수렵생활을 하는 타이둥(台東)현의 푸농(布農)족 남성이 지난해 노모를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했다가 야생동물보호법 등의 위반 혐의로 3년 6개월 징역형과 7만 대만달러(26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뒤 대만내 ‘문화의 상대성’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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