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권가도 초비상…레이건참모도 부시참모도 힐러리 지지

트럼프 대권가도 초비상…레이건참모도 부시참모도 힐러리 지지

입력 2016-08-09 11:38
수정 2016-08-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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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전 주지사도 힐러리 지지…‘트럼프 패배’ 비관전망 잇따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권가도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트럼프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등 각종 분열적 언행에 대한 보수진영의 실망감이 최근 불거진 ‘무슬림 비하’ 논란으로 폭발하면서 내부 이탈이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공화당의 우상’인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속속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지지 선언을 하고 나선 데다 당내에선 그의 대선 패배를 점치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레즐리 웨스틴은 성명을 내고 클린턴 지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웨스틴은 “미국은 현재 안정되고 경험 많은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그런 독특한 일련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국내외에서의 미국 보호 등 미국적 가치에 대한 전문지식과 약속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골수 지지자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정치 보좌관 출신인 프랭크 래빈도 전날 CNN 방송 기명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신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래빈은 “클린턴이 대선에서 이길 자격이 있는지 전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패배해야 한다는 것만은 자명하다”면서 “이런 대전제 하에 나는 그동안 40년 동안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일을 할 것이다. 민주당 후보 클린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에 관한 끔찍한 진실은 그가 거창한 게임을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자 대변인이었던 더그 엘멧도 아예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에 클린턴 찬조 연사로 나서 “40년째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려 한다”며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 소속 윌리엄 밀리켄 전 미시간 주지사도 전날 성명을 내고 클리턴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지역 매체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 따르면 밀리켄 전 주지사는 성명에서 “이 나라는 오랫동안 관용과 공손, 평등의 약속과 가치를 지켜왔다”면서 “공화당이 우리의 그런 이상을 포용하지 않는 후보를 지명한 것이 슬프고 놀랍다. 트럼프 대신 클린턴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연방 의원들의 이탈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은 이날 WP 기고문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콜린스 의원은 트럼프가 장애인 기자를 조롱한 것과 멕시코계 연방판사를 비판한 것, 그리고 최근 무슬림계 전사자 부모를 공격한 것까지 3건의 사건을 통해 “트럼프는 대통령의 필수 자질이 결여됐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콜린스 의원은 다만 “주요 정당 후보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 트럼프 대신 누구에게 투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리처드 한나(공화·뉴욕) 하원의원이 지난 2일 “트럼프는 공화당에 봉사하기에도 미국을 이끌기에도 부적합하다”며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고, 스콧 리겔(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은 5일 트럼프 대신 자유당의 게리 존슨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보다 비중은 떨어지지만, 공화당 당료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경합지인 플로리다 주 공화당을 오랫동안 지켜온 와디 가이탄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변인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보수진영의 ‘큰 손’ 후원자이자 ‘반(反)트럼프’ 진영의 데이비드·코흐 형제가 주도하는 풀뿌리 보수운동 ‘리브레’(LIBRE)에 합류했다.

히스패닉계인 가이탄은 성명에서 “지난 2년간 플로리다 공화당에서 일할 수 있어 감사했다”면서 “이번 자리 이동은 나에게 트럼프에 대한 지지 노력을 피하는 동시에 자유시장 해법 모색을 촉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히스패닉 언론 담당 책임자인 러스 구에라도 앞서 지난 6월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게 불편하다”며 사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에선 트럼프가 대선의 승패를 가를 주요 경합지에서 이길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경선 라이벌이었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전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오하이오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하이오 판세에 대해 “트럼프가 오하이오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사람들이 매우 분노하고 좌절해 있는 데다가 (기성 정치권으로부터는) 아무런 해결책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길 수 있는 (일부) 지역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트럼프처럼) 분열적이라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많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역대로 1960년 대선 이후 이곳에서 이기지 못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오하이오는 보호무역 기조가 대세로 자리 잡은 이번 대선판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또 제프 플레이크(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전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에 비유한 트럼프의 발언 등을 겨냥해 “그런 말을 해서는 결코 애리조나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가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좀 미치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은 그런 것 같지 않다. 트럼프는 바꿔야 할 기존 입장들을 아직 바꾸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 대한 당내 반감이 계속 커지는 것은 최근의 무슬림 비하 발언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WP-ABC 여론조사(8월 1∼4일·1천2명)에 따르면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무려 74%에 달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90%가 부적절하다고 답변한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들도 61%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2004년 이라크전 참전 도중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 칸 대위를 거론하며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그들이 악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연설 당시 무대위에 있던 그의 부인이 한마디도하지 않을 것을 두고 “어머니가 아무 말도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 논란을 자초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손자이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아들인 조지 P. 부시(40)가 ‘가문의 뜻’과 반대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끈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예비역 해군장교로 변호사 출신이고 텍사스 주의 국토장관 격인 ‘랜드 커미셔너’인 조지 P. 부시는 지난 6일 텍사스 주 공화당 활동가 모임에서 “부시 일가에 삼키기 쓴 약이겠지만 클린턴을 저지하고 그(트럼프)의 승리를 위해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일가 가운데 트럼프의 지지를 호소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두 전직 대통령과 부시 전 주지사는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지난달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도 불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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