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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당 득세에 베를린 좌파연정 예고…시름 깊어진 메르켈

극우당 득세에 베를린 좌파연정 예고…시름 깊어진 메르켈

입력 2016-09-19 09:31
업데이트 2016-09-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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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함부르크, 브레멘, 작센안할트,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그리고 베를린.

인구 350만 명에 유권자 250만 명이 등록된 18일 독일의 베를린시의회(이하 주의회 병용) 선거 결과, 반유로·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er Deutschland. 대안당)이 의석을 꿰찰 것이 확실시된다.

독일 전역 16개 주의회 가운데 10번째 입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둥지 틀기를 수도인 정치 1번지에서 달성하게 된 것이다.

투표 마감 후 밤 10시30분께까지 개표한 결과가 반영된 관할 선거관리 당국의 잠정 집계치에 따르면 현 주정부 집권다수인 사회민주당 21.5%, 소수당 파트너 기독민주당 17.7%, 좌파당 15.6%, 녹색당 15.2%, 대안당 14.2%, 자유민주당 6.7% 순이었다.

전체 149석의 잠정 의석 분포는 사민 35, 기민 29, 좌파 26, 녹색 25, 대안 23, 자민당 11석이었다.

최종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이날 밤 현재까지 집계된 잠정치로만 놓고 볼 때 대안당의 성적은 종전 여론조사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약진을 이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첫 베를린주의회 선거 참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대안당의 지지 잠식에 따라 기성 정당들은 후퇴가 강제됐다.

직전 2011년 선거 때 정당별 득표율은 사민당 28.3%, 기민당 23.4%, 녹색당 17.6%, 좌파당 11.7%, 인터넷 자유를 앞세운 해적당 8.9%, 자민당 1.8% 순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양대 정당인 사민당과 기민당의 합산 지지율이 과반이 안 되는 초유의 사태가 지난 4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회 선거에서처럼 똑같이 발생했다.

두 정당의 베를린시의회 선거 지지율 합계는 통일 원년인 1990년 12월 선거 때 70.8%를 비롯해 1995년 61.0%, 1999년 63.2%, 2001년 53.5%, 2006년 52.1%, 2011년 51.7%였다. 비록 하향 추세를 보였지만 이들 중도 거대 정당의 과반 붕괴는 독일 기성 정치권의 위기를 방증한다.

이로써 중도 사퇴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시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서 이번에 연임 도전에 나선 사민당의 미하엘 뮐러 시장은 선거 전 예고한 대로 사민-녹색당에 좌파당까지 얹은 3당의 이른바 적적녹 연정을 성사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선거 직전, 뮐러 시장은 차기 연정 구성 시 기민당을 배제하고 녹색당을 파트너로 참여시키기로 사민-녹색 양당 간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좌파당까지 가세한 베를린시정부의 이러한 좌파연정 성사는 독일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튀링겐주의회에서만 유일한 적적녹 연정은 내년 가을 총선 이후 출범할 차기 연방정부의 연정 조합과 관련해서 집권다수당이 돼 연정 구성을 주도하고 싶어하는 사민당이 저울질하는 대안 모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베를린시정부에서마저 권력 참여가 배제된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선 또다시 쓰디쓴 고배를 맛보게 됐다.

그나마 대안당을 5당 지위에 머물게 한 것에, 그리고 기민당이 좌파당이나 녹색당에 2당 지위를 내주지 않는 것에 각각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지역선거에서 고전 중인 메르켈 총리는 대안당 외에 기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과 이 정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의 난민 억제 정책 강화 요구에 지속해서 시달릴 공산이 크다.

제호퍼 당수는 지난 7월 남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난민 연루 테러와, 이어진 주의회 선거 패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난민상한제 수용 같은 정치적 요구를 꺼내 들고 메르켈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제호퍼 당수는 특히 기사당의 11월 전당대회에 기민당의 당수인 메르켈 총리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메르켈 총리가 기민-기사당 연합의 내년 총선대표(총리후보)로 나서는 것에 찬반 견해를 유보하는 등 정치적 불만을 노골화하는 형국이다.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역경을 딛고 내년 총선에도 양당의 공동 선거대표로 나서서 4기 연임을 노리려면 연방하원의 원내 단일세력인 기사당의 지지를 얻는 것은 필수이다.

하지만 제호퍼 당수는 최근 발매된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총선대표 카드에 대해 “지켜보자”라고 답했다. 나아가 이 문제의 해결 시한을 내년 1분기에 미뤄둔 채 연간 20만 명으로 난민 유입 숫자를 제한하는 난민상한제 요구를 거둬들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기민당의 주류는 “그래도 메르켈 밖에 없다”라며 그의 4기 연임 도전 청사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난민상한제의 허상을 비판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중지 빌트도 최근 제호퍼 당수가 주장하는 난민상한제를 관철하려면 유럽 국경 간 자유왕래를 보장한 솅겐조약에 역행해 물 샐 틈 없는 국경 통제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많은 인력이 동원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메르켈 총리 자신도 세부 숫자를 제시하는 상한제를 도입하는 건 깨지기 쉬운 약속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논거를 들어 거부 의사를 명백히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총선에도 출마하겠다고 밝힌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메르켈 총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서 독일 정치권의 관심을 끈다.

쇼이블레 장관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국가 간 난민 배분 원칙을 적용한다면 연간 20만 명도 많은 숫자라며 제호퍼 당수의 주장을 대놓고 비꼬았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12월 기민당 전당대회와 내년 2월 대통령선거, 이후 자를란트,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노르트라인베르스트팔렌 주의회 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에 둔 채 가시방석 같은 시기를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70∼80%대 지지율을 기록하다 지금은 40%대로 꺾인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난민정책을 어떻게 보강해 가면서 유권자들의 반난민 정서와 정치권의 비판여론을 다독이고 비껴가며 위기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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