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작년 5∼6월 獨법인설립 개시…이젠 ‘지우기’ 조짐

최순실 작년 5∼6월 獨법인설립 개시…이젠 ‘지우기’ 조짐

입력 2016-10-25 08:01
수정 2016-10-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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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 “이미 독일 떠났을 수도”…법인 정리·부동산 처분 나선듯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의 독일 법인 설립 움직임은 지난해 5∼6월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2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그러나 1년 4개월여가 흐른 최근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법인 정리와 부동산 처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우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교민사회에 따르면 프로젝트 추진 초기에 ‘마사회가 말(馬)과 연관된 법인을 세우기 위해 사정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것은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하는 승마와 관계가 있고 삼성 쪽도 관련돼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프랑크푸르트 현지 일부 한국 지·상사 관계자들이 최 씨의 독일 법인 대표로 이름을 올릴 사람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등 조력자로 나섰다는 전언도 나왔다.

최 씨 측은 결국 이와 같은 경로를 밟아 작년 7월 21일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마인제959’ 법인을 독일에 등록했다.

자본금 2만5천 유로로 자산관리 목적인 이 법인은 본(Bonn)을 근거지로 적시하고 ‘안드레아스 코글린’이라는 현지인이 대표인 것으로 소개됐다.

당시 믿을만한 한국인으로 대표를 두는 게 낫겠다는 판단 아래 인터뷰 대상을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이 법인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19일에 스포츠와 관련한 트레이닝, 연수, 재교육 상담, 운동선수 지원, 스포츠 사업 허가 및 마케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코글린 대신 교포 변호사인 박승관(45) 변호사와 다른 현지인 1명으로 대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박 변호사는 최 씨의 법인 설립 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법인 대표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법무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직접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드문 경우이지만 주주인 최 씨 측이 결정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었다.

다음 달인 9월 박 변호사는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꾼 이 법인의 단독 대표로 남았고, 이어 10월에는 이 법인 주소지가 슈미텐으로 변경됐다.

바뀐 주소지는 최 씨가 추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비덱타우누스호텔 주소지와 일치한다. 이는 일부 언론에 매매계약 시점이 작년 11월로 소개된 이 호텔 거래가 이미 그 시점에 논의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법인은 이후, 지금도 사용하는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꾸고 정유라 씨의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의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평범하게 사는 재독 교포들은 최 씨의 존재 자체와 이러한 법인 설립 움직임을 잘 몰랐지만, 한국에서 독일로 나와 있는 일부 지·상사들은 달랐다”고 귀띔했다.

이 가운데 최 씨가 만드는 법인의 대표를 물색하는 작업에 도움을 준 모 법인 관계자는 국내 복귀 후 영전했으며, 지·상사 사이에서는 이것이 최씨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최 씨는 자신에게 잘해준 모 항공사 프랑크푸르트공항 근무자의 승진인사에도 힘을 썼다는 의혹도 보도된 바 있다.

최 씨는 비덱스포츠 외에 한국에도 같은 이름으로 설립된 더블루K를 독일 법인으로 지난 2월 등록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이름의 법인을 동일한 주소지로 등재한 것으로 독일의 한 기업정보사이트는 소개하고 있으나 “같은 주소지에 동일한 법인명 등재는 불가하다는 규정이 있기에 그건 오류”라고 한 전문가가 전했다.

이들 법인 중 한 곳은 최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펜싱 국가대표 출신의 고영태 씨를 내내 대표로 뒀으나 최근 들어 이 자리에 박 변호사를 앉히고, 비덱스포츠는 주주가 최씨와 딸에서 캄플라데로 바뀌었다.

이 모든 것은 사업하기가 어렵게 된 이들 법인을 정리하는 수순이다.

나아가 사실상 최 씨 소유인 비덱스포츠 등이 사들인 비덱타우누스 호텔과 주택 등도 매물로 내놓고 처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독일 더블루K는 특히 박 변호사 외에 업무대리인(지배인) 자리에 여성인 박 모(45)씨를 내세웠고, 그녀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난주 초반부터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박 씨는 지인들에게 작년 말 또는 올해 초쯤 슈미텐에서 일자리를 찾았다고 알렸던 것으로 미뤄 그 시기부터 최 씨 관련 일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고 한 지인은 전했다.

그는 “시간당 얼마씩 받는 개념으로 잡일을 도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별 잘못도 없는 박 씨가 최 씨 일행과 함께 잠적한 것으로 보여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고, 다른 한 지인은 독일어를 전공한 박 씨가 “잡일보다는 더 비중 있는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달리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선 최 씨 일행이 최 씨와 딸 정 씨, 함께 지내던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0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들이 3개 팀 정도로 나뉘어 독일을 이미 벗어났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재독 교포는 “지금 최 씨 일행이 독일에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독일어를 쓰는 일행이 따라붙어 다닐테니 아마도 독일어권인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쪽으로 벌써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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