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이 테러리스트 양성소”…트럭테러 용의자도 수감 중 급진화

“감방이 테러리스트 양성소”…트럭테러 용의자도 수감 중 급진화

입력 2016-12-23 16:28
업데이트 2016-12-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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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된 극단주의자와 교류…가족 “갑자기 이슬람 입문” 증언

파리테러 등 최근 사태에 ‘잡범→교도소→테러리스트’ 사례 즐비

독일 베를린 트럭 테러의 용의자 아니스 암리(24)가 이탈리아에서의 복역 기간 중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 대형 테러의 범인들도 유사한 급진화 과정을 거친 바 있어 교도소가 교화기능을 저버린 테러리스트 인큐베이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튀니지 출신인 암리는 지난 2011년 4월 난민 보트를 타고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 도착했지만, 시칠리아의 난민등록센터에 불을 지른 혐의로 4년간 현지 교도소에 수감됐다.

당시 암리는 튀니지에서도 무장강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배를 받고 있었다.

암리는 이탈리아 교도소 수감 당시 튀니지 출신 폭력단체와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교류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튀니지에 있는 암리의 가족들은 그가 술을 자주 마시긴 했지만 모스크(이슬람사원)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며 이탈리아 감옥에서 이슬람교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암리는 감옥에서 기도를 시작했고, 튀니지 가족들에게 종교에 관련한 책들을 보내달라고도 했다.

특히 그의 형들은 “암리가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출소하자마자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드러냈다”며 그가 감옥에서 원리주의에 물들었다고 확신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도 익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이탈리아 교정국이 정부의 대테러 위원회에 암리의 빠른 급진화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암리가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험한 사상들을 수용하고, 기독교 재소자들을 위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탈리아 당국은 암리를 위험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려고 했지만, 튀니지가 그를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아 형기가 끝난 후 그를 출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난 19일 성탄 시장에 대형트럭을 몰고 돌진, 12명을 살해하고 28명을 다치게 한 동기도 극단주의로 의심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RBB에 따르면 암리는 트럭 테러 직전과 직후인 14일, 15일 베를린 모아비트 지역의 모스크를 방문하는 장면이 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유럽 교도소에 갇힌 잡범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노출해 살인마로 돌변하는 경우는 비단 암리뿐만이 아니다.

작년 파리테러의 주범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은 2010년 차량 강도 혐의로 벨기에 감옥에 수감됐다가 파리테러의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만나 급진화됐다.

지난 7월 프랑스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살해한 19세 IS 추종 테러범 아델 케르미슈도 파리 외곽 플뢰리-메로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정신적 스승’을 만났다고 밝혔다.

작년 1월 파리 남부 몽루즈에서 소총을 난사해 여성 경찰관 1명을 살해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아메디 쿨리발리도 교도소에서 만난 알카에다 대원으로부터 “이슬람을 배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탐사 기사를 통해 유럽 테러범들의 이력을 추적해보니 상당수가 교도소 수형 기간에 급진화했다고 폭로했다.

유럽 각국 정부도 교도소가 테러리스트 양성소 역할을 하는 부작용을 인지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실효를 거두기에는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벨기에는 지난 4월 교도소 2곳에 극단주의자를 따로 수용하기 위한 특별구역을 열었고 영국도 극단주의자를 분리해 ‘특별구획’에 수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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