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중고 청바지가 신품의 2배 값에 팔리는 이유

일본에서 중고 청바지가 신품의 2배 값에 팔리는 이유

입력 2016-12-29 12:31
수정 2016-12-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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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2천 엔(약 22만7천 원)짜리 청바지를 어부가 1년 입어 중고로 만들면 값이 4만2천 엔(약 43만4천 원)으로 뛴다?

상식을 벗어난 희한한 일이 요즘 일본 히로시마(廣島) 현 오노미치시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어쩌다 한번 생긴 일이 아니라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오노미치에서 지역 활성화 활동을 하는 ‘디스커버링 세토우치’라는 회사가 기획한 “오노미치 청바지 프로젝트”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어부와 농민 등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현지 주민들이 현지 업체가 만든 새 청바지를 무료로 건네받아 1년 정도 입은 후 다양한 직업의 ‘특색’이 밴 중고품으로 만든 다음 시내에 마련한 가게에서 판매하는 사업이다. 전국 각지의 팬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입던 청바지가 비싸게 팔린다니 믿을 수 없다. 보통은 신품을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중고를 누가 비싸게 살까”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3년부터 참여해 그동안 청바지 6개를 중고품으로 만든 경력이 있는 다가시라 노부치카(73) 무카이시마 어업조합장은 참여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다가시라 조합장은 청바지를 공짜로 줄 테니 1년간 입은 후에 다시 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짜로 입을 수 있다면 작업복을 따로 사지 않아도 될 테니 해보자”는 생각에서 회사 측 제안을 받아들였다.

1년 후 색이 바랜 정도와 감이 상한 정도 등을 체크받은 후 4만2천 엔의 값이 매겨졌다. 신품 가격은 2만2천 엔이었다. 회사 측의 감정 결과를 전해 듣고 자신이 입었던 바지가 비싸게 팔린다니 한편 기쁘면서도 “그렇게 비싼 값에 누가 살까?” 걱정했다. 그런데 내놓자마자 금세 살 사람이 나타나는 걸 보고 2번 놀랐다고 한다.

청바지를 입는 사람의 직업은 다양하다. 어부와 농민이 입는가 하면 대학교수와 사찰 주지도 있다. 일상생활과 업무로 색이 바래고 각 직업의 특색이 밴 중고 청바지를 판매해 지역 관광진흥과 현지 경제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JR 오노미치역에서 동쪽으로 약 1㎞ 떨어진 오노미치상가 끝에 있는 오노미치청바지 가게에는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찾는다.

후쿠오카(福岡)현 야나가와시에서 여행차 오노미치를 찾았다 중고 청바지를 산 시마타 유키(31)씨는 “입었던 사람의 스토리가 청바지에 녹아있는 게 재미있어서”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부가 입었던 청바지는 장화를 신고 벗을 때의 마찰로 무릎 부분에 독특한 흔적이 남아 4만8천 엔(약 49만6천 원)의 최고 가격에 팔렸다. 주방장이 입던 청바지는 소매에는 요리대를 청소할 때 흩날린 표백제 흔적이 생긴다. 안경을 만드는 사람이 입은 청바지에는 안경틀 재료인 대나무를 채취하러 산에 들어갈 때 나뭇가지 등에 긁힌 자국이 남아 있다.

상품 설명서에는 이런 “직업 이력”들이 적혀있다. 청바지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점원이 설명해 준다. 규슈(九州)와 간토(關東), 때로는 해외에서 온 관광객도 사러 온다. 2번, 3번씩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 운영은 물론 쉽지 않다. 청바지는 매주 직원이 회수해 전문 공장에 보내 세탁과 건조과정을 거친다. 색이 바랜 정도와 감의 손상 정도도 꼼꼼히 체크한다.

프로젝트 매니저인 와다 미키히로(43)씨는 “청바지를 통해 인간관계가 넓어져 가는 게 재미있다”면서 “청바지를 입던 사람과 구입한 사람이 만나는 이벤트도 언젠가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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