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앞두고 EU대사 사임…탈퇴계획 차질 빚나

브렉시트 협상 앞두고 EU대사 사임…탈퇴계획 차질 빚나

입력 2017-01-04 10:59
수정 2017-01-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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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탈퇴파와 마찰 때문인듯…“EU 전문지식 완전히 파괴돼”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이반 로저스 EU 본부 주재 영국대사가 돌연 사임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에 정통한 외교관인 로저스 대사는 이르면 오는 3월 말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꼽혀왔다.

애초 그의 임기는 2019년 말까지였다.

로저스 대사는 영국에서 EU에 가장 정통한 인물 중 하나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관을 역임하는 등 20년이 훨씬 넘게 EU 관련 업무를 하며 인맥을 쌓아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브렉시트 협상팀 내에서도 로저스 대사 만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양자 회담, EU 지도부와의 다자 회담 경험이 많은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내 영국 지위 변경에 관한 협상을 이끌었으며, EU가 영국 측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도록 했다.

로저스 대사의 이 같은 경력 때문에 중도 하차에 놀라거나 우려를 드러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전 재무부 사무차관 닉 맥퍼슨은 트위터에 “로저스 사임은 큰 손실”이라며 “EU에 대한 전문 지식을 고의로, 완전히 파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또한 정부서 떠난 다른 EU 전문가의 이름을 나열하며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았다.

하지만 브렉시트 찬성진영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EU 탈퇴로 가는 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취지로 반색하는 분위기도 관측되고 있다.

강경 탈퇴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민 억제를 위해 EU 단일시장과의 관계를 절단하는 ‘하드 브렉시트’의 경고음도 더불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로저스 대사의 사임 원인을 두고는 최근 EU 탈퇴파에서 흘러나온 해임 요구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집권 보수당 내 이들 정파는 로저스 대사 등 브렉시트에 반대한 캐머런 전 총리를 보좌한 인물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

지난해 10월 로저스 대사가 영국 장관들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포스트 브렉시트 무역협정이 2020년대 중반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EU 내 공감대라고 말했다는 영국 BBC 방송 보도가 지난달 공개되자, 그에 대한 해임 요구가 커졌다.

당시 로저스 대사는 EU 단일시장 밖에 있으면서 단일시장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방안이 영국에 가능한 선택이라는 게 EU 지도자들의 예상이라고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총리실은 로저스 대사가 당시 자신의 견해를 전한 게 아니라 EU 일부 지도자의 시각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로저스 대사는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했으나 이를 싫어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좌절을 경험했다고 이날 영국 가디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그는 “근거 없는 주장과 갈피를 못 잡는 논리에 계속 맞서고,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사의 후임으로는 내무성에서 근무하다 총리실로 자리를 옮길 만큼 메이 총리로부터 가장 신임을 받는 EU 고문 중 하나인 피터 스토르가 거론된다

일부 보수당 하원의원들은 로저스 대사의 자리에 브렉시트에 완전히 찬성하는 인물을 지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은 로저스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메리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큰 타격이라며, 후임으로 누구를 임명하는지가 정책 방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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