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서 무차별 비난…“사회분열 위험” 지적도
최근 중국에서 국수주의(國粹主義)가 판치면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나 군대를 비판한 사람들을 온·오프라인에서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가 잇따른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26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마오 전 주석의 추종자는 자신들의 우상을 폄하한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겨냥해 인터넷 상의 비난은 물론이고 실생활에서도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유주의 성향 학자들은 ‘신 문화대혁명’ 발호를 경계해야 한다며 당국에 경고했다.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荊州)에 거주하는 샤궈짠(夏國贊)은 최근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TV 진행자 량훙다(梁宏達)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량훙다가 방송에서 마오 주석의 찬사를 받은 인민해방군의 상징적 인물 레이펑(雷鋒·1940~1962)에 대해 모욕적인 언급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샤궈짠은 자신의 계정에다 량훙다가 레이펑을 ‘헐뜯은’ 기사를 공유하고는 “이 후레자식이 명성을 잃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레이펑은 사후 발견된 일기를 통해 이타심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표상하는 존재로 떠받들어진 인민해방군 병사다.
량훙다는 방송에서 “모든 영웅이 정치적 필요에서 만들어지며 레이펑도 세상의 이목을 끌기 위해 당국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이 샤궈짠처럼 상당수 네티즌에게 거슬렸고 많은 이가 량훙다의 웨이보 계정에 몰려와 ‘미국의 종’이니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량훙다 지지자들이 “(마오 추종자들은) 신 문화대혁명(1966~1976)의 역사를 쓰려 한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중국에서 친(親) 마오파와 반(反) 마오파가 열띤 논쟁을 펼치는게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엔 마오 비판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지지자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마오 추종자들은 자신들을 ‘애국적 네티즌’이라 부르면서 사회주의 영웅, 마오 주석에 반대하는 ‘반 마오 반역자’를 온라인에서 캐내려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이 말하는 ‘반역자’에는 마오쩌둥에 회의적 태도를 보여온 경제학자 마오위스(茅于軾·84), 종종 마오에 비판적 글을 올리는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교수, ‘1949년 이후 마오가 유일하게 잘한 일은 죽은 것’이라고 일갈한 베이징 역사교사 위안텅페이(袁勝飛), 중국중앙방송 앵커 출신으로 마오 조롱 영상을 만든 비푸젠(畢福劍) 등이 있다.
마오위스와 허웨이팡에 대해 자칭 마오주의자들은 “(이들의 발언이)자유토론 범위를 지나치게 벗어나 법 파괴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마오위스가 운영하는 싱크탱크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허위 뉴스’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최근 폐쇄됐다.
마오 추종자들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반대파에 대한 비난활동을 펼치고 있다.
샤궈짠은 자신의 웨이보에 관영 언론사, 출판사, 방송사 직통전화 목록을 올리고 반 마오적인 발언에 대해 항의하도록 독려했다.
특히 “레이펑을 폄하한 량훙다가 방송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넣자”고 요구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수주의가 활개를 치는 분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첸판(張千帆) 베이징대 법학원 교수는 “좌파들이 점점 더 과격화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