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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못 갈 뻔’ 英육상스타 모 패러, 겨우 미국 집 가게 됐다

‘집에 못 갈 뻔’ 英육상스타 모 패러, 겨우 미국 집 가게 됐다

입력 2017-01-30 11:41
업데이트 2017-01-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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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협의로 英 이중국적자 美입국 승인 취득…트럼프 행정명령 ‘예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지구촌을 뒤흔든 상황에서 영국이 자국민 권익 보호에 나섰다.

영국 외무부는 29일(현지시간) 자국 출신 육상 스타인 모 패러(34)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미국과 협의해 영국 국적을 소지한 이중국적자의 미국 입국 승인 방침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패러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거푸 남자 5,000m와 10,000m를 석권해 ‘더블 더블’을 이룬 역대 최고의 영국 육상 스타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올해 1월 1일 자국 스포츠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해 패러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그의 이름 앞엔 Sir(경·卿)가 붙는다.

영국민은 물론 전 세계 육상팬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스타지만 패러는 졸지에 미국에 갈 수 없는 ‘블랙리스트’가 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행정명령에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수단 등 테러 위협을 이유로 무슬림 7개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중단한 탓이다. 해당 국가의 여권을 소지한 이중국적자도 입국 불허했다.

패러는 8세 때 소말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해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소말리아 국적도 소지한 이중국적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훈련 중인 패러는 29일 페이스북에 걱정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영국 여왕이 내게 기사 작위를 하사했지만,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날 이방인으로 만들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패러는 “영국 국민으로서 난 지난 6년간 미국에서 거주해왔다”면서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세금도 내고 미국을 고향이라고 부르는 아이 4명을 길렀다”고 소개했다.

그런 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난 미국에서 더는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이들에게 집에 갈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게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적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무지와 편견에 기반을 둔 정책을 왜 도입했는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도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말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을 때 받은 환대 덕분에 성공의 기회를 얻어 꿈을 이룬 사연을 언급하면서 “내 성공 스토리는 증오와 고립이 아닌 연민과 이해의 정책을 따랐을 때 이룰 수 있는 본보기”라며 미국 정부의 정책을 우회로 비판했다.

패러의 사연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영국 외무부가 직접 나섰다.

AFP 통신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미국 국무부와 상의해 영국 국적을 소지한 이중국적자의 미국 입국 면제 조처를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행정명령에서 거론된 무슬림 7개 국가에서 곧장 미국으로 출발한 승객만 입국이 보류된다면서 이들 7개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도 영국 국민이라면 행정명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다만 영국-리비아 이중국적자로 리비아에서 곧장 미국으로 가는 사람은 추가로 신원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외무부는 설명했다.

패러는 대변인을 통해 “영국 정부의 설명을 듣고 안도했지만, 근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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