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종료…유력주자들 안보대통령 자임하며 한표 호소
마지막 여론조사서 마크롱 지지도 1위…르펜과 박빙경쟁하루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 지난 20일 저녁(현지시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관을 상대로 일어난 총격 테러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파와 극우 진영에서 경륜 부족과 안보 취약 등의 비판을 받아온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는 지지율 하락 우려에도 여전히 1차 투표 지지도 1위를 수성했다.
11명의 후보는 21일 자정(현지시간)까지 막판 부동표 흡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열이틀간의 공식 선거운동을 종료했다.
1차 투표를 사흘 앞둔 20일 저녁 파리의 최고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총격 테러가 발생해 표심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됐다.
유력주자들은 21일 예정됐던 마지막 유세와 지지자 집회 일정들을 전면 취소하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마지막 선거운동 스케줄을 대체했다.
이들은 자신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최고의 적임자라면서 테러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대선 지지도 2위권인 국민전선(FN) 마린 르펜(48) 후보는 사건 다음 날 아침부터 이번 테러와 관련해 주요 후보 중 가장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는 일찌감치 기자회견을 열고 현 사회당 정부와 직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며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특히 현 정부에 대해서는 “겁쟁이처럼” 대처했다며 각을 세우고, 국경통제와 테러위험 인물 즉각 추방을 주장했다.
르펜과 근소한 차이로 지지도 1위를 지켜온 마크롱도 회견을 열고 “테러범의 뜻은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국민을 보호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르펜이 ‘나였다면 이런 테러는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기만”이라며 “그는 시민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마크롱은 집권하면 프랑스 정보·수사기관들의 대테러 첩보업무를 총괄 조정할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지지도 3위권을 지키며 막판 스퍼트로 결선진출을 노리는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 후보도 자신이 최적의 안보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위한 싸움은 나의 몫이 될 것”이라며 테러 위협에 대한 대처를 “차기 대통령의 가장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피용은 집권 시 영국·유럽연합· 러시아·이란·터키 등이 참여하는 테러 격퇴를 위한 외교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TV 토론과 SNS 공간에서의 선전으로 좌파 유권자들을 끌어모으며 막판 상승세를 타온 4위권 급진좌파 진영 장뤼크 멜랑숑(65) 후보만 유력주자 4인 가운데 유일하게 예정된 유세 일정들을 소화했다.
샹젤리제 총격 테러가 발생한 이후 나온 최신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이 여전히 선두를 지켰지만, 테러 영향으로 르펜이 약간의 상승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가 이번 테러와 마지막 TV 토론이 종료된 뒤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마크롱의 1차 투표 지지율은 24.5%로, 23%인 르펜을 1.5%포인트 차로 앞서며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테러 하루 전 진행된 직전 조사보다는 지지도가 0.5%포인트 빠졌지만 르펜은 1%포인트 늘었다. 가장 강경하게 테러 대응을 주장해온 르펜이 이번 테러에 따른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도우파 공화당의 피용과 급진좌파 진영의 멜랑숑은 19%로 동률을 기록했다. 선두 네 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르펜만 직전 조사보다 지지율이 올랐다.
BVA 조사에서는 마크롱과 르펜이 23%로 동률을 보였으며, 멜랑숑 19.5%, 피용 19%로 나타났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피뒤시알 조사에서는 마크롱 24.5%, 르펜 22.5%, 피용 19.5%. 멜랑숑 18.5% 순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23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전국 6만7천여 투표소에서 대선 1차 투표를 진행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득표자만으로 5월 7일 결선투표를 진행해 승자를 확정한다.
프랑스 정부는 투표소 주변에 5만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한편, 주요 인사들의 동선에 따라 경찰 특수부대와 저격수도 배치하는 등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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