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역자와 가족들 비아그라 구입에 3295억원 쓴 이유

미군 전역자와 가족들 비아그라 구입에 3295억원 쓴 이유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7-28 14:50
수정 2017-07-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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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병사들이 미군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고 트위터에 엄포를 늘어놓은 때에 맞춰 주목할 만한 통계 하나가 현지 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 타임스’는 미국 국방부가 연간 발기 부전 치료에 8400만달러(약 941억원)란 적지 않은 예산을 책정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군사 분야 싱크탱크인 랜드 코퍼레이션은 지난해 트렌스젠더 병사들을 치료하는 데 똑같은 액수가 지출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왜 이렇게 많은 액수를 발기 부전 치료에 써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밀리터리 타임스는 2015년 2월에 2014년 통계를 폭로한 바 있는데 그해 책정된 예산은 지금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8420만달러였는데 실제로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을 구입하는 데 2억 9400만달러(약 3295억원)가 지출됐다고 보도했다. 전투기 몇 대를 구매할 만한 돈이 발기 부전을 치료하는 데 쓰인 셈이었다.

2014년에 이 처방을 받은 병사는 118만명이나 됐다. 주로 비아그라였다. 그렇지만 이들이 누구인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밀리터리 타임스는 처방받은 이들 가운데 10%만 현역 병사였으며 나머지 다수는 퇴역 장병과 그 가족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방부의 건강 프로그램 덕분에 혜택을 보는 이들의 숫자는 2012년에만 1000만명에 이르렀으며 520억달러가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역병들의 발기 부전 치료 비용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 자료사진
AFP 자료사진
2014년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현역 병사 10만 248명이 발기 부전 증세가 확인돼 매년 곱절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들 사례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심리적 요인 때문으로 진단됐다.

이듬해 ‘저널 오브 섹슈얼 메디슨’ 연구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갖고 있는 남성 퇴역 군인들이 민간인보다 훨씬 더 발기 부전이나 다른 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PTSD를 앓고 있다고 보고한 남자 전투병 전역자의 85%가 발기부전을 겪고 있다고 보고해 정신 건강에 이상을 느끼지 않은 전역자보다 거의 4배나 됐다.

2008년 랜드 코퍼레이션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미군 전역자 5명 가운데 1명 꼴로 PTSD나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앞의 2004~13년 현역병 조사 결과는 미국의 최근 전쟁과 PTSD, 발기 부전을 비아그라의 군대 안의 무분별한 남용과 연결짓는 데 주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묻혔다.

또 실전에 배치되지 않았던 병사들이 실전에 배치된 이들보다 더 발기 부전으로 고통받는 경향도 있다. 결국 발기 부전도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처럼 흔한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2007년 미국 남성의 18%가 이를 경험할 정도로 일반화된 질환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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