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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신문 “세계 최고 기대수명과 노인빈곤율이라는 한국의 모순”

英신문 “세계 최고 기대수명과 노인빈곤율이라는 한국의 모순”

입력 2017-08-03 14:14
업데이트 2017-08-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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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세계의 불평등 연재 기사에서 한국의 특이한 상황 조명

기대수명이 세계 최고인 나라이면서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

세계의 불평등 상황을 다루는 기획기사를 연재 중인 영국 신문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한국의 불평등 모순 : 장수, 좋은 건강 그리고 빈곤’ 제하의 기사로 이 같은 한국의 특이하고 모순된 상황을 보도했다.

탑골공원 주변 노인들과 무료급식소, 한국의 보건복지 전문가 등을 인터뷰한 장문의 서울발 기사에서 가디언은 우선 지난 2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가 OECD 35개 가입국의 기대수명을 분석, 발표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 남성은 84.7세로 세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다. 지금도 높지만 불과 10여 년 뒤 ‘과학계가 한때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기대수명 90세 초과를 달성할 유일한 나라로 평가된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수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보편적 의료보장에 많은 투자를 하며 보건과 영양 분야에서도 뛰어난 개선을 한 결과로 분석됐다.

가디언은 그러나 한국의 2011년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자 비율)이 48.6%로 OECD 34개국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노인 자살률도 세계 최고임을 상기시켰다. 독거노인이 4분의 1이며, 고립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이 많고, 10만 명당 노인 자살자가 2000년 34명에서 2010년 72명으로 급증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는 등의 설명도 곁들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바실리스 콘티스 교수 역시 한국의 뛰어난 기대수명과 노인의 절반가량이 상대적 빈곤 속에 산다는 통계 간에 명백한 모순적 상황이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콘티스 교수는 “이는 한국이 노인 의료보호 프로그램을 포함해 세계 최고의 보편적 보건의료보장 체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로 많은 부분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활양식 상의 요인들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노인 비만율이 세계 최저수준이고 흡연율도 낮아 심혈관 질환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스위스, 호주 등 기대수명이 매우 높은 서구 국가들 보다도 낮은 것이다.

가디언은 그러나 탑골공원에서 한 사찰이 제공하는 무료 점심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노인들과의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한국 노인빈곤의 특성과 경제발전에 따른 과실의 불균등한 혜택, 사회적 양극화, 가족관계의 변화 등을 하나하나 짚었다.

콘티스 교수는 이런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대수명 연장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뛰어난 성취마저 타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디언은 가난과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참전군인 출신으로 탑골공원 무료급식줄에 있던 김 모 씨가 “현대 한국사회엔 정의와 공정이 없다. 대부분이 동료 시민을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나라의 기능이 멈췄다”고 한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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