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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천국’ 못 가는 106세 할머니

‘난민의 천국’ 못 가는 106세 할머니

김민희 기자
입력 2017-09-05 22:24
업데이트 2017-09-0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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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 딛고 아프간서 탈출

스웨덴 “고령이 망명 사유 안 돼”
재심 신청에도 허용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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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스웨덴 호바에 있는 자택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106세의 비비할 우즈베키 할머니가 아들과 딸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침대에 누워 있다. ‘세계 최고령 난민’인 우즈베키 할머니는 지난 6월 스웨덴으로의 망명 신청이 거부되며 추방 위기에 놓였다. 호바 AP 특약
지난 3일(현지시간) 스웨덴 호바에 있는 자택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106세의 비비할 우즈베키 할머니가 아들과 딸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침대에 누워 있다. ‘세계 최고령 난민’인 우즈베키 할머니는 지난 6월 스웨덴으로의 망명 신청이 거부되며 추방 위기에 놓였다.
호바 AP 특약
노구를 이끌고 스웨덴으로 망명길에 올랐던 ‘세계 최고령 난민’이 추방 위기에 몰렸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106세의 비비할 우즈베키 할머니는 지난 라마단 기간(5월 27일~6월 25일) 스웨덴 당국으로부터 망명 신청이 거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증장애인에 말도 거의 하지 못하는 할머니는 통보를 받은 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심각한 뇌졸중도 겪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우즈베키 할머니의 사연은 2015년 처음 알려졌다. 할머니와 일가친척 17명은 아프간 내전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게 됐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67세 아들과 19세 손자의 등에 업혀 20일 동안 산맥과 사막, 강을 건넌 끝에 2015년 10월 크로아티아 오파토바츠 난민캠프에 도착했다. 할머니와 가족은 이후 ‘유럽의 난민 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으로 들어가 곧 망명을 신청했으나 스웨덴 이민국은 “고령이라는 사유만으로 망명을 허용할 수는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최근 재심을 신청했고 재심은 3차례까지 허용되지만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스웨덴은 무상교육과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 등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난민들에게 매력적인 정착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2015년 망명 신청자만 16만명에 달하는 등 유럽에서 1인당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스웨덴이 난민 수용과 이민 규정을 강화하면서 우즈베키 할머니와 유사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재평가하면서 일부 지역은 덜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이런 판단은 망명이 거부된 아프간 난민들을 본국으로 더 쉽게 돌려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월에는 난민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 청소년 난민 7명이 연이어 자살을 시도해 이 중 3명이 숨졌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2017-09-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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