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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빨리 데려가는지” 울음바다 된 멕시코 강진희생 한인 추모식

“왜 빨리 데려가는지” 울음바다 된 멕시코 강진희생 한인 추모식

입력 2017-09-21 09:48
업데이트 2017-09-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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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 모시고 동생들 키운 책임감 강한 장남…성실하고 우직” 한목소리 현지 여직원들 인솔한 채 피신하던 중 계단서 매몰된 듯…현지 납골당 안치 예정

“남보다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던 성실한 친구였는데…”

20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시내에 있는 한 장례식장. 전날 규모 7.1의 강진으로 사무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유명을 달리한 이 모(41) 씨를 추도하기 위한 예배는 끝내 울음바다가 됐다.

이씨가 평소 다니던 한인교회의 주관으로 열린 추도 예배는 미망인을 비롯해 교인과 지인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추도 예배가 진행된 20여 분 동안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흐느낌이 이어졌다. 추도 예배가 끝나자 미망인은 고인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추모예배 참석자들은 미망인을 끌어안은 채 위로하며 아픔을 나눴다.

교우와 지인들은 이 씨의 죽음을 한목소리로 안타까워했다. 이씨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면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면서도 꿋꿋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한 교인은 “늙으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시절부터 장남이자 가장으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다른 교인은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던 선한 분이었는데 신이 왜 이리 빨리 데려가시는지. 아직 어린 두 남매를 두고 먼저 하늘로 갔다”며 울먹였다.

교민이 운영하는 의류 부속품 수입 판매업체의 직원이었던 이 씨는 전날 멕시코시티 델바예 지역 시몬볼리바르 거리에 있는 5층 건물의 3층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씨의 시신은 건물 계단에서 현지 여직원 4명과 함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이 휘청거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사무실을 지키다가 여직원들을 인솔해 피신하던 중 화를 면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 씨가 일하던 업체가 임대한 건물은 오래된 데다 봉제공장이 다수 입주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사무실 3층 위로는 유대인이 운영하는 봉제공장과 대만인이 운영하는 블랙박스 판매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5층에는 경비원이 살고 있었고 1층에는 유대인이 운영하는 봉제공장이, 2층에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완구업체가 각각 운영 중이었다고 한다.

이 씨의 옛 직장 동료이자 강진 당시 이씨가 일하던 업체의 사장인 조모(44) 씨는 “성실하고 착한 친구였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씨는 브라질 출장 중에 비보를 듣고 멕시코시티로 급거 귀환했다.

조 씨는 이 씨와 같은 직장에 다니다가 독립한 뒤 이 씨의 탁월한 성실성과 업무 능력을 높이 사 2년 전부터 함께 일해왔다고 한다.

조 씨는 “2년간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결근하지 않은 우직하고 성실한 직원이었다”며 “미망인도 제가 소개해줘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랐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니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비호 주멕시코 한국 대사를 비롯해 무관, 경찰 영사 등 대사관 직원들도 추모예배가 열린 장례식장을 찾아 미망인을 위로했다.

홀어머니와 동생 등 한국에 있는 유가족들은 멕시코시티에 조만간 도착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 씨 동생의 만료된 여권이 신속하게 재발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씨의 시신은 화장된 뒤 장례식장에 마련된 납골당에 안치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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