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너무 피곤한 것 같다”…외교적 결례 지적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을 놓고 혼선을 빚다 결국 불참했다.애초 순방 일정표에 없던 EAS 참석 계획을 막판에 끼워 넣었다가 회의가 늦게 시작된다는 이유로 불참하는 등 ‘고무줄 일정’을 연출한 셈이다.
이를 두고 미국 ABC 방송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정상회의는 건너뛴 채 돌연 순방을 마무리하고 떠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지난 3일 백악관에서 전용헬기 ‘마린 원’에 몸을 싣기 직전 수행 기자들에게 “우리는 필리핀에서 하루 더 머물게 될 것”이라며 “큰 회의가 있는데 아주 성공적인 회의가 될 것”이라고 EAS 참석 일정을 추가한 소식을 알렸다.
당초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중·일 정상이 모두 모이는 이 회의에 불참하려고 했으나, 자칫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해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EAS 회의 시작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오찬에만 참석한 뒤 필리핀을 떠났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AS 회의 시작 전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회의장 앞 로비에 깜짝 등장해 “기자들이 너무 피곤한 것 같다. 원하면 두어 군데 더 들렀다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 비행기로 가서 워싱턴DC로 출발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이미 들었겠지만, 행사가 3시간 지연됐다”며 “하지만 오찬을 함께 했고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오찬 때 모든 참석자가 있었고 내가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기간 기자들에게 “10일이 넘는 순방은 육체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했다”며 ‘체력자랑’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EAS 불참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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