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에선 가난한 청년이 비싼옷 입으면 경찰이 벗긴다

로테르담에선 가난한 청년이 비싼옷 입으면 경찰이 벗긴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1 11:21
수정 2018-01-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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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샀는지 입증 못 하면 현장 압수”…인종차별 우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시(市)에서는 청년이 마음 놓고 비싼 옷이나 장신구를 착용하고 다니지 못하게 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로테르담 경찰은 비싼 의상이나 장신구를 착용한 젊은이가 이를 어떻게 장만했는지 입증하지 못할 경우 현장에서 모두 압수하는 단속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로테르담 시경이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배경은 범죄 행위로 고가의 물건을 습득하더라도 이를 계속 소유할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프랑크 파우 로테르담 경찰청장은 현지 일간 텔레흐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의상은 청년들에게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어떤 청년은 1천800유로(약 236만원)짜리 외투를 걸치고 다닌다”면서 “소득이 없는데 그렇게 한다면 문제는 어떻게 장만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 청장은 소득이 없으며 과거 범죄로 부과된 벌금이 밀려있음에도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청년들이 단속 대상이라며 “이런 상황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지역 주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테르담 경찰 당국은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이들의 범죄 여부를 조사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수사 기법이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을 토대로 용의자를 찾는 수사 기법)으로 향하는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일단 시작되면 중단하기 어렵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로테르담시 감찰관 아너 미커 즈바네벨트는 “그들은 인종 프로파일링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즈바네벨트는 “거리에 다니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고급 의상 구매 비용을 어떻게 지불했는지, 옷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불분명할 때가 많다”며 경찰이 거리에서 행인의 옷을 벗겨가는 행위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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