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종신제 추진에 ‘북조선’ 닮은 ‘서조선’ 블랙유머 나돌아

시진핑 종신제 추진에 ‘북조선’ 닮은 ‘서조선’ 블랙유머 나돌아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2 17:23
업데이트 2018-03-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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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전문가, 시진핑 후 ‘만인대 만인 투쟁’ 예상…당단결 무너지고 분열가능성

중국 네티즌이 만들어낸 말 가운데 ‘서조선(西朝鮮)’이라는 조어가 있다. ‘서쪽의 북조선(북한)’이라는 뜻이다. “억압 정치, 민주주의 결의, 부패, 서방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북한을 닮아가는 것을 풍자한 조어라고 미국에 있는 중국차이나디지털타임스가 지난 2012년 소개한 적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타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타스 연합뉴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의 아시아 편집자 제임스 팔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종신제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자신의 중국인 지인들, 특히 그동안 중국의 정치체제를 옹호해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조선’ ‘황제 푸(Pooh. 시 주석이 ’곰돌이 푸‘를 닮았다는 이유) 등의 블랙 유머가 많이 회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西)의 발음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성 시(習)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은 ’시‘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북한‘이라는 중의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조어는 온라인상에선 중국 당국의 검열에 걸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내는 등 30여 년의 공직 생활 대부분을 미·중 관계에 종사한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의 임기 제한 폐지 추진을 “청천벽력” 같은 조치라면서 “현시점에서 중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대답보다는 질문이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고의 중국 전문가 중 한 사람이지만 당혹스러운 상황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에서 7가지 자문자답을 통해 중국 정치체제의 변화 방향에 대해 현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추측”을 제시했다.

베이더는 ’임기 제한 폐지가 국가주석과 부주석에만 한정될까‘라는 자문에 “다른 관리들에 대해서도 제한을 유지하는 게 어렵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당 원로들도 시 주석의 연령 제한 폐지를 가리키며 자신들도 계속 자리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덩샤오핑이 만든 지도부의 주기적 교체제도가 큰 도전을 맞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종신제 시도가 그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베이더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덩샤오핑 이후 어떤 중국 지도자도 이런 시도를 강제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 종신제 추진은 중국 지도부 내부 깊숙이 자리 잡은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을 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베이더는 풀이했다.

시 주석이 2012년 당 총서기에 올랐을 때 공약했던 경제 구조조정과 개혁은 잘 봐줘야 실망스러운 수준이고, 부채 문제도 심각하며, 억압적인 정치체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도 심화하고 있다. 반부패 운동을 통해 거물들을 제거했으나 자리를 보전한 사람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충성심이 불확실하다.

국가주석이 종신제가 되면 중국 정부의 통치와 의사결정이 “더욱 중앙집중화하고 중요한 문제들의 해결이 더뎌질 수 있다”고 베이더는 예상했다.

밑에선 자신의 목을 보전하기 위해 중요한 문제건 아니건 결정하기를 주저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위로부터 지침을 기다릴 것이라고 베이더는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내에선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이견이 활발히 제기돼 왔는데, 이제는 충성을 보여주는 아첨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의 임기 제한 철폐는 앞으로 차세대 지도부로 권력 이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베이더는 내다봤다.

1989년 이래 중국 지도부 이양은 부드럽게 특별히 눈에 띄는 말썽 없이 이뤄져 왔다. 그 절차엔 규칙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었고, 이견은 당 지도부 사이에 막후에서 조정됐으며, 최소 몇 년을 앞두고는 후계자가 지명돼 때가 되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누구든 차지하려 덤벼드는 자리로 변했다. 시 주석이 정말 종신 주석이 되면 야망을 품은 다른 지도자들은 규범과 합의를 내팽개치고 만인 대 만인의 투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베이더는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1989년 중국의 천안문 민주화운동 때 혼란이 정책과 권력승계를 둘러싼 지도부 내 분열 때문이었다는 자성에서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아왔는데, 덩샤오핑의 규범이 깨진 중국 공산당에서 내부 단결을 유지하는 게 그만큼 어려워지고 따라서 중국의 안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베이더는 설명했다.

베이더는 다만 “이런 변화 와중에 건전한 결정을 찾는 외부인들과 중국에 좋은 소식은 전혀 없는가?”라고 자문하고는 “찾기 어렵긴 하지만 몇 가지 있긴 하다”고 자답했다.

경제 개혁 실패, 국내 정치적 억압 심화, 주변국에 대한 안보 위협 등 여러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는 “충동적이거나 격정적이거나 비이성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시 주석을 마오쩌둥과 비교하는 것은 크게 틀렸다고 베이더는 말했다.

외국 지도자들은 시 주석에게서 합리성과 예측성을 기대할 것인데 시 주석은 그에 부응할 것이라고 베이더는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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