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 행정명령…미중 무역전쟁

미,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 행정명령…미중 무역전쟁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3-23 09:31
수정 2018-03-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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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기술이전 강요·사이버 도둑질…600억달러 효과”“많은 조치들 중 첫번째” 대중 추가제재 예고한국 기업에 불똥 우려, 북핵사태 해결에 악영향 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500억 달러(약 54조 원)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주요 2개국(G2) 간 사활을 건 통상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천문학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서명식에서 “일부에서는 연 3천750억 달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지금 5천4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총무역적자 8천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이번 조치를 통해서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1천억 달러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600억 달러(64조 원)에 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500억 달러에 25% 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125억 달러(약 13조 원)가 된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3천750억 달러를 기준으로 3.3%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외신을 중심으로 ‘500억 달러’가 관세부과 총액을 의미한다는 엇갈린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루뭉술하게 언급한데다, 대대적인 공언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비율(3.3%)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통상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루뭉술한 레토릭은 ‘초고율 관세장벽’을 통해 500억~6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물량이 아예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조치에서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고 거듭 강조해, 앞으로 대중 무역 관련 조치가 잇따를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고려한 듯,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중국은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고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판하면서도 “나는 그들을 친구로 본다. 시진핑 주석을 매우 존경한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돕는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러나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역사상 가장 큰 적자”라고 관세 조치의 불가피성을 부각했다.

USTR은 이미 1천300개에 달하는 관세 대상 품목 후보군을 선정했으며, 앞으로 보름 안에 품목 목록을 작성해 게시하게 된다. 최종 관세부과 품목은 그로부터 한 달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관세 품목 선정과 관련, “중국이 불공정한 인수나 강제로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해온 산업 부분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중국기업이 미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회사 형식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 신설하도록 했다.

투자 제한 결정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군사적 고려에 따라 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천문학적 관세부과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대미 무역 보복을 경고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다면 중국은 우리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고 AP·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중국에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기업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원재료의 가공을 위탁받아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가공 무역이 동반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5월 안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핵 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자칫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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