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 퍼스트레이디 “가슴으로 다스려야” 압박
멜라니아 트럼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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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격리 수용이 ‘비인도적’이라는 안팎의 비난에 시달린 끝에 이날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과 그들의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들끓던 비판여론에 아랑곳없이 이민 문제에 초강경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데는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이민자 출신인 부인의 막후 압박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CNN에 멜라니아가 지난 며칠간 막후에서 격리 정책이 철회되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사적인 대화를 나눴고, 격리를 막기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멜라니아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공보 담당관이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와 격리하는 것을 보는 걸 싫어한다”며 “멜라니아 여사는 이 나라가 모든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또한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냈다.
당초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속한 입법적 해결을 권고했으나 격리를 즉각 막기 위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안도 지지했다고 CNN은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 방안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내 아내가 그것(격리 철회)에 관해 매우 확고한 생각을 가졌다”며 “심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라도 그에 관해 확고할 것으로 생각한다. 가족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 출생의 2번째 미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모델로 활동하던 1996년 방문비자로 미국에 왔다. 2001년 영주권을 받고 2005년 트럼프와 결혼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귀화했다.
최근 그의 부모가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체류하면서 시민권을 밟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해온 ‘연쇄 이민’(chain migration·이민자의 가족이 잇따라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에 따른 것이라는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멜라니아의 이민 변호사인 마이클 윌데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연쇄 이민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미 행정부의 격리 정책이 나치의 수용소나 2차대전 기간 미 본토에서의 일본인 억류 등 수치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멜라니아 사무실의 관계자는 WP에 “그녀는 아이들이 가족과 떨어지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백악관 관리도 이 신문에 “그녀가 가족 격리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방카 보좌관의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세 자녀의 엄마인 이방카 보좌관은 부친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트위터에 “우리 국경에서 가족 격리를 끝내는 중요한 행동을 취해준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명 직후 “이방카가 매우 확고하다”며 장녀의 반대가 철회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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