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이 낳은 ‘뜻밖의 경사’…플라밍고 15년만에 알 낳아

기록적 폭염이 낳은 ‘뜻밖의 경사’…플라밍고 15년만에 알 낳아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8-10 16:18
수정 2018-08-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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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덮친 폭염이 뜻밖의 희소식을 전해줬다. 영국의 야생조류 보호구역에 사는 플라밍고(홍학)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알을 낳은 것이다.

영국 글로스터셔주 슬림브리지의 야생조류·습지 트러스트(WWT)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안데스 홍학 6마리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알을 낳았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경사’는 올여름 기록적인 무더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있는 홍학들이 마지막으로 알을 낳은 2003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숨막히는’ 더위가 이어졌었다.

슬림브리지의 조류사육 매니저 마크 로버츠는 “홍학이 거의 20년 만에 알을 낳기 시작했다는 건 멋지고도 반가운 소식”이라며 “최근의 더위가 바라던 결과를 얻도록 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기온은 지난 5월 사상 최고를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7월 들어서도 기온은 평균보다 높고 비는 훨씬 적게 오는 등 이례적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날씨 조건이 안데스 홍학들에게 원 서식지 환경과 비슷한 여건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홍학들이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이 안데스 홍학의 알은 부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관 관계자들은 어미가 빈 둥지를 보고 침울해 하지 않도록 친척뻘 되는 칠레 홍학의 알을 대신 옮겨놓고 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볼리비아, 페루 등 남미 안데스 산맥 고원이 원산지인 안데스 홍학은 분홍색 털과 길고 노란 다리, 끝이 검은 부리가 특징이다.

산란율이 꾸준히 줄면서 개체 수가 감소해 지금은 3만8천∼3만9천 마리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인간의 개발 행위와 서식지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안데스 홍학을 멸종위기등급 ‘취약’종으로 분류했다. 지금은 개체 수가 비교적 안정된 추세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대폭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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