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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의 이면…남성 관리자들, 여성 멘토링 꺼린다”

“미투운동의 이면…남성 관리자들, 여성 멘토링 꺼린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8 17:11
업데이트 2019-01-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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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도…“미투, 남성들에게는 리스크관리 문제로”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남성 참가자들은 글로벌 경기 위축이나 사이버안보 위협, 포퓰리즘, 전쟁과 같은 사안들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 몇몇 사이에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시대를 맞아 여성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주는 멘토링(mentoring) 문제도 언급됐다.

한 미국인 재무책임자는 “너무 민감한 문제”라며 익명을 요구하고는 “젊은 여성 동료와 1대1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또 다른 남성도 “나도 그렇다(Me, too)”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2017년 가을 터져 나온 미투 운동이 할리우드와 언론계, 정계, 스포츠계 등의 유력 인사들을 줄줄이 낙마시키면서, 이제 남성 관리자들은 여성 후배 직원들을 멘토링 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하고 회사들도 이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200명 이상의 주요 인사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그 자리의 거의 절반은 여성들이 잇게 됐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결과도 초래됐다.

기업들이 성희롱이나 비행의 위험 최소화를 도모하면서 여성 직원과 남성 상사 간 접촉도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여성들로서는 소중한 조언이나 도움을 가질 기회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여성을 멀리하자는 소위 ‘펜스룰’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전·현직 여성 정치지도자 단체인 ‘세계여성지도자들’(WWL)의 사무총장인 로라 리스우드는 “기본적으로, 미투는 남성들에게는 리스크관리 문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여성인권단체 ‘린 인’(Lean In)과 여론조사기관 ‘서베이 몽키’(Survey Monkey)가 각각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 관리자 거의 절반은 1대1로 일하거나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과 같은 여성들과의 활동에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관리자 6명 중 1명꼴로 여성 동료에게 멘토링 하는 게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의 리더들이 아직은 대부분이 남성이고, 여성들로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자칫 여성들의 지위를 수십 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일터에서 성 평등에 도달하려면 202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도의 170년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또 미국 경제잡지 포천에 따르면 2018년 500대 기업 중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곳은 24개 기업으로, 1년 전의 32개 기업보다 감소했다.

컨설팅 업체 ‘머서’에서 여성리더십 연구를 이끄는 팻 밀리건은 교육이 초점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리건은 남성 경영진이 자신에게 여성들을 피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 자신은 단호히 “불법”이라는 말을 한다고 소개했다. 여성을 소수자라는 말로 바꿔놓고 보면 이는 바른 행동으로 볼 수 없으며 여성들과의 소통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밀리건은 또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해 설문조사 같은 전통적인 방법은 더는 효과가 없다며 실시간 혹은 익명으로 이 문제를 토로할 수 있는 기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직장 내 평등 증진을 위한 기업인 ‘여성 지수’(Female Quotient)의 셸리 잘리스는 “의도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화를 내기에 앞서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음을 인식시키라고 여성들에게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과 남성은 일터 내 바른 방향을 놓고 새로운 답안을 써나가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며, 그래야 우리 모두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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