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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인 둘 잃었는데”…여행금지 무시에 佛 비판여론

“우리 군인 둘 잃었는데”…여행금지 무시에 佛 비판여론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5-12 11:07
업데이트 2019-05-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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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굳은 표정으로 구출된 국민 맞아…외무장관 “정부 권고 반드시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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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부르키나파소’작전…“한국인 등 인질 4명 구출, 특수부대원 2명 순직”
佛 ‘부르키나파소’작전…“한국인 등 인질 4명 구출, 특수부대원 2명 순직”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군본부에서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왼쪽)과 프랑수아 르쿠앵트르 합참의장이 西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인질 구출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군 특수부대는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부르키나파소의 한 무장세력 캠프를 급습해 교전 끝에 프랑스인 2명, 한국인 1명, 미국인 1명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해병 특수부대원이 숨졌다.
파리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무장세력에 납치된 뒤 군대의 구출 작전 끝에 살아난 프랑스인들에 대해 현지에서 비판론이 일고 있다.

이들을 구하려고 극도로 위험한 작전을 감행한 특수부대원 중 두 명이 목숨을 잃자 프랑스인들은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온 자국민들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저녁 비가 내리는 가운데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항 활주로에 직접 나가 전용기편으로 귀환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맞이했다.

외무·국방장관과 군 합참의장,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대동한 마크롱 대통령은 피랍 후 구출된 세 명과 일일이 악수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런 자리라면 으레 있었을 법한 화환 증정식이나 환영인파도 전혀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은 최정예 특수부대 ‘위베르 특공대’의 부대원 2명이 구출 작전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다.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는 침투 작전 도중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각되자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발포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었고 근접사격을 받아 숨졌다.

구출된 프랑스인 두 명은 정부가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납치된 터라 마크롱 대통령이 이들을 맞이하는 심정은 매우 복잡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국민인 로랑 라시무일라스(46)와 파트리크 피크(51) 씨는 서아프리카 베냉의 북부의 부르키나파소 접경지대인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지난 1일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이곳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코끼리, 사자, 하마, 영양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서아프리카의 유명 관광지로,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 지역과, 접경지대인 부르키나파소 남서부는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 지역으로 설정해 아예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곳이다. 테러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위험지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군에 함께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 또한 어디에서 어떻게 납치됐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우리 정부가 여행 자제 또는 여행 철수를 권고한 지역에서 무장세력에 억류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리 외교부도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황색경보(여행 자제), 북부를 적색경보(철수 권고) 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자국인들이 귀환하기 전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 국민 2명이 있던 곳은 이미 적색경보 지역이었다. 그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며, 가게 되면 중대한 위험을 지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한 데 이어 이들의 귀환 후에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간단한 환영식이 끝난 뒤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서서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도 굳은 표정으로 “두 군인이 숨졌다.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외무부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출된 사람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비판론도 커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라거나, 이들이 전사한 장병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는 보도에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는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파리 시민 알렉시 리비에 씨(33)도 일부 여행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연합뉴스에 “숨진 군인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은 항공료와 호텔비만 지불하면 여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게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군대는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데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구출 작전 중 희생된 장병 두 명을 기려 14일 오전 11시 파리 시내의 복합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에서 추모식을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대통령이 자국인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의 무사 귀환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을 자제할 것이라고 BFM 방송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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