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10년은 ‘모순의 시대’

미국의 지난 10년은 ‘모순의 시대’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9-12-29 17:53
수정 2019-12-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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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 2010년대 자국 평가에 부정적
경제와 군사력은 증대, 사회는 실질적 쇠퇴
폴리티코, 백인우월주의 부활·사생활의 종언
WP “미국민, 세계 안정에 드는 비용에 지쳐”
복스 “반월가시위로 부자 보는 시각 달라져”
지난 8월 미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2명의 백인 기마경찰이 주거 불법침입 혐의로 붙잡힌 흑인 용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밧줄로 묶어 말 뒤에 끌고 가는 모습. 이 장면이 미국 SNS에 오르면서 비난이 불거졌고, 이에 경찰서장이 사과했다. 유튜브 화면 캡쳐
지난 8월 미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2명의 백인 기마경찰이 주거 불법침입 혐의로 붙잡힌 흑인 용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밧줄로 묶어 말 뒤에 끌고 가는 모습. 이 장면이 미국 SNS에 오르면서 비난이 불거졌고, 이에 경찰서장이 사과했다. 유튜브 화면 캡쳐
‘백인우월주의·양극화·포퓰리즘·사회분열·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학교총기난사….’

2010년대가 저무는 가운데 미국 언론들이 자국의 지난 10년을 정의한 문구다. 인종·남녀·빈부 등 사회계층의 분열은 심화됐고, 미국의 세계적 지위는 흔들렸다. 경제 상황과 군사력은 회복됐는데 실질적으로 사회는 쇠퇴한 소위 ‘모순의 시대’라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100년 후 역사책에 2010년대를 어떻게 기술할지’를 23명의 역사학자에게 물었다. 마르샤 샤틀랭 조지타운대 미국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능숙하게 인종 분열을 부추기고, 분열된 언론 지형을 이용해 선거에서 이겼다. 미국인들은 (허위 사실 유포 등) SNS를 통한 인종차별주의자의 급진화를 두려워한다”며 백인우월주의가 다시 힘을 얻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테러 위협으로 용인된 개인정보 수집이 SNS·인공지능(AI) 비서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사생활이 사라진 시대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보건 혁신 및 맞춤형 서비스를 무기로 빅데이터가 부지불식간에 사생활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 정치, 언론, 학계를 이끌던 엘리트들이 무역 갈등, 이민 행렬, 기존 질서 붕괴 등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고, 이에 한편으로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는 시민들의 반발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1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UC버클리)에서 개최된 자본의 탐욕을 비판 집회.UPI
2011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UC버클리)에서 개최된 자본의 탐욕을 비판 집회.UPI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26일 흐트러짐·나눔·불안·불협화음·쇠퇴 등의 단어로 2010년대를 정의했다. SNS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서도 볼 수 있듯 나눔(공유)의 장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했지만 정치인 등이 뿌리는 허위 정보의 온상이 되면서 외려 사회계층을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칼럼니스트 로버트 새뮤얼슨은 “역사학자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미국인들이 세계 질서를 만드는 데 피로감을 느낀 시기였다고 기술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많은 미국인이 세계의 안정을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은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겠지만 세계를 ‘지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2011년 일어난 반(反)월가 시위가 비도덕적 방법으로 차지한 부유함에 대한 저항을 일깨워 줬다고 평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만들어 줬지만 음악인들의 수입을 줄였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에서 공격받는 현상도 언급했다. 또 지난해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이 거의 30건에 육박해 2012년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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